급물살 타는 남북經協

지난달 중순 독일 베를린에서 타결된 북·미간 미사일 회담, 페리 보고서의 미 의회제출 등으로 조성된 북·미간 해빙무드에 뒤이은 북한측의 태도 변화여서 주목된다.북한은 지금까지 우리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 비교적 냉담한 반응으로 일관해 왔다. 특히 서해교전·민영미(閔英美)씨 억류 등으로 그동안 냉기류가 조성돼 왔으나 이번엔 金正日이 경협에 적극적으로 반응해 온 것이다. 북한은 몇년째 계속된 식량난으로 한국은 물론, 세계구호기관으로부터 원조를 받고 있는 처지다. 당장 체제 유지도 버거운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북한이 유연한 자세로 전환하게 된 속내가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앞으로 남·북한간의 관계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돼, 한반도의 냉전구도 해체에도 밝은 전망을 내비치고 있다. 남·북한간 경협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89년부터다. 남·북한은 올 7월말 현재까지 10년간 모두 19억6,000만달러어치를 교역했다. 이 가운데 남한이 북한으로부터 반입한 것은 14억달러에 이르며 반출은 5억6,000만달러에 불과하다. 북한의 경제력을 짐작케 해주는 대목이다. 같은 기간 인적 교류는 남한에서는 금강산 관광을 제외, 2,641명이 방문했으나 북한에서는 12명만이 남한을 찾았을 뿐이다. 금강산 관광객은 지난해 11월18일 현대금강호 첫 출항이래 지금까지 11만명이 다녀왔다. 현대그룹은 금강산관광 사업 대가로 오는 2005년까지 총 9억4,200만달러를 북한측에 지급키로 돼 있어 북한측으로서는 현대가 이미 경협의 파트너로 부상한 셈이다. 현대가 북한의 해주(海州)근처에 조성키로 한 서해공단은 총 2,000만평 규모로 여의도의 거의 25배에 달한다. 우선 1단계로 30만~50만평이 내년초 착공된다. 이밖에 삼성·대우·LG그룹 등도 그동안 미뤄왔던 대북(對北)경협을 활성화하기 위한 계획에 착수, 폐쇄적인 북한사회에도 개방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2월께 대남(對南)업무의 실력자인 김용순(金容淳)아·태 평화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대북경협에선 주고받는 식의 「상호주의」는 고집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우리가 밑지더라도 북한을 국제무대로 끌어내는 것이 수순의 묘(妙)다. 앞으로 닥쳐올 통일후의 비용을 생각한다면 대북경협 강화는 오히려 득(得)이다. 정부는 鄭명예회장이 열어 놓은 길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