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래디에이터’로 우리에게도 익숙해진 로마 원형경기장. 잠실 올림픽 메인스타디움보다도 더 큰 이 곳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장이 아니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종격투기의 폭력성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목숨을 걸고 진검승부에 나서는 검투사들의 피비린내 나는 무대였다. 고대 로마시민들은 왜 이 ‘죽음의 제전’에 그토록 열광했을까. 로마 당대의 최고 스타들이었던 검투사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케이블 다큐전문 디스커버리 채널가 27일 오후 8시 방영하는 특집 ‘콜로세움: 죽음의 무대’는 당시 검투사들의 생생한 모습을 되살려 고대 로마로 시간 여행을 떠나 본다. ‘콜로세움…’은 당시의 역사적 사실들을 검투사 베루스의 실화를 통해 전한다. 베루스는 검투사로서는 드물게 경기 자체가 역사에 기록된 인물이기도 하다. ‘글래디에이터’의 가공인물 막시무스처럼 베루스 역시 노예였다가 자유를 얻기 위해 검투사가 된 실존인물. 채석장 노예였던 그는 험난하면서도 길지 않을 검투사의 인생을 배운다. 다큐멘터리는 그가 명성을 얻으며 콜로세움 개장 경기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게 되는 과정을 좇아간다. 다큐는 베루스를 통한 검투사의 인생 뿐 아니라 콜로세움 건물에도 꼼꼼히 카메라를 향한다. 당시 콜로세움은 76개의 입구와 5만 5,000석의 관람석을 갖춘 초대형 경기장. 오늘날 최첨단 설비를 갖춘 웬만한 스타디움 뺨치는 수준이다. 경기장 밑으로는 미로 같은 지하통로와 검투사들의 대기실이 있었으며 바닥에 감춰진 이동 무대까지 승강기로 이동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다. 영국 BBC와 디스커버리가 공동 제작한 이번 다큐멘터리의 백미는 단연 실감나는 전투장면. 각종 컴퓨터 그래픽과 첨단 세트가 동원됐고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전투 장면 제작을 담당한 안드레아 패트리데스가 액션신 지도에 나섰다. 2003년 BBC에서 첫 방영된 후 ‘역대 최고의 극적 다큐멘터리’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