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이것이 급소] <26> 환경·노동권을 지켜라

"협상때 관련조항 명확히 규정을"
美기업 투자부문 자국법 적용 추진에
'분쟁발생땐 국내법 의거' 최선 다해야



#사례1: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멕시코의 한 지방정부는 몇 해 전 환경오염을 우려해 미국 기업의 유독폐기물 처리시설에 대한 건축을 불허했다. 환경을 지키려던 이 같은 노력은 FTA 규정에 따라 멕시코가 이 미국 기업에 오히려 1,600만달러(한화 약 160억원)의 배상금을 물어주는 것으로 종결됐다. #사례2: 멕시코ㆍ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캐나다는 미국 기업이 MMT라는 연료첨가물을 사용하려 하자 환경 및 소비자 보호 등을 이유로 이를 금지시켰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캐나다 정부는 미국 기업에 1,300만달러를 합의금으로 주고 해당 정책도 철폐할 수밖에 없었다. 한미 FTA는 위의 사례들에서 보듯 우리나라의 환경ㆍ노동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 환경과 노동 문제는 FTA 협상에서 그 자체로는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극히 적다. 미국은 FTA의 환경ㆍ노동 협상의 기본원칙 중 하나로 “환경ㆍ노동기준을 완화시키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우리 측에 촉구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는 ‘생뚱맞다’고 말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에서조차 탈퇴한 미국이 한국보다 차원 높은 환경법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다 노동분야 역시 우리나라의 기준이 미국과 전반적으로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아 국내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오히려 “노동기준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은 “환경ㆍ노동 분야에서 미국이 별다른 요구를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미 의회가 환경ㆍ노동기준 완화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 기준을 낮춰달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ㆍ멕시코가 겪었던 일들을 한국이 겪지 말라는 법이 없는 것은 투자 부문의 자유화 때문이다. 미국은 투자 부문에서 자국 기업인 및 기업이 미국법에 상응하는 권리를 한국에서 누리도록 해나갈 예정이며 인위적인 장벽들은 제거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신속한 분쟁해결 절차를 통한 피해보상을 주문했다. 예를 들어 우리 정부가 에너지절약과 자연보호를 위해 모든 기업에 재활용의무 등을 부여할 경우 미국 기업은 이 같은 의무가 ‘자국 내에는 없는 것’이라며 거부한 뒤 오히려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캐나다의 사례처럼 이 같은 정책을 폐기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결국 환경ㆍ노동권을 지키려면 투자와 분쟁해결 절차에 대한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리의 법과 제도가 최대한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역과 투자의 촉진이 환경ㆍ노동기준을 완화시키지 않도록 못박아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동호 국제변호사는 “FTA 협상에서 투자와 환경은 보완적 측면도 있지만 상충되는 면이 적지않다”며 “명확한 조항들을 적시해 양측의 충돌로 인한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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