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인위적인 양극화 해소의 독

저출산 목적세에서 소수공제자 추가공제 폐지까지…. ‘양극화 해소’를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수개월 동안 뛰어다닌 경제 관료들은 요즘 넌더리가 난다. 온갖 머리를 다 굴려봤지만 내놓는 것마다 여론의 거센 후폭풍에 무엇 하나 제대로 갈무리되는 것이 없다. 관료들 사이에서는 이미 “양극화 해소가 말이 그렇지 쉽게 해결되겠느냐”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간단히 말해 돈 좀 버는 사람들의 지갑을 털어 가난한 사람을 구제해주겠다는 발상만 가지고 양극화 해소라는 대명제가 풀리겠느냐는 의구심인 것이다. 분위기는 그렇다고 해도 통치권자의 철학이 워낙 완고하니 ‘이건 아니다’라고 대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도 찾기 힘들다. 저출산ㆍ고령화와 양극화 문제가 정책의 화두로 떠오른 지 벌써 4개월. 정부가 ‘8ㆍ31 부동산종합대책’을 끝내고 새로운 어젠다를 찾던 중 미래의 성장동력 확보와 연계해 이 주제를 끄집어낸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가 왠지 단추를 잘못 끼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선 문제는 정부가 ‘돈(재원)’ 문제를 너무 쉽게 꺼내든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 국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세금 문제는 워낙 민감해 술술 풀릴 그런 주제도 아니다. 제 아무리 천재 관료라 해도 하루아침에 땅속에서 돈을 파낼 수는 없는 일이고 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 뻔한 이치다. 혹여 지방선거를 앞두고 빈곤층으로부터 표를 거둬들이기 위해 이 방법을 썼다면 한치 앞도 못 보는 악수(惡手)를 뒀고 통치권자 또한 오류의 함정에 빠져 있다는 말이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인위적인 경기 부양은 없다”고 외쳐왔다. 그 공식은 양극화라는 주제에도 통용된다. 양극화는 절대로 인위적인 방법과 억지를 써서 될 일이 아니다. 자연스런 경제성장을 통해 파이를 키우고 성장의 열매가 자연스럽게 아래로 흘러가게 하는 것이 해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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