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잃은 토고

피스터 감독 "선수 지휘권 빼앗긴 셈" 사퇴
일부선 "임금체불 불만…지급 땐 컴백" 분석
아데바요르 "감독 안오면 경기에 안나갈 것"


한국의 본선 첫 상대인 토고가 경기를 앞두고 감독이 전격 사퇴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토고 선수단의 게르송 크와조 단장은 11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독일 남부 방겐 시청 인근 국제축구연맹(FIFA) 미디어센터에서 “어제 밤(현지시간) 피스터 감독이 사의를 표명한 뒤 자택이 있는 스위스로 떠났다”고 밝혔다. 그는 피트 함베르크 코치까지 동반 사퇴함에 따라 토고 출신으로 팀의 보조 코치를 맡고 있던 코조비 마웨나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일단 팀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스터 감독은 11일 스위스 종합일간지 ‘24시간’를 통해 “며칠씩이나 팀이 정상적으로 훈련을 할 수 없는 상황은 감독으로서의 임무와 지휘권을 빼앗긴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너스 문제로 선수들이 반발, 훈련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현지 소식통에 의하면 오토 피스터가 자신의 임금체불에 불만을 품고 감독 직을 버린 것이라고 전했다. 피스터 감독 입장에서는 선수와 협회와의 보너스 갈등이 있더라도 자신의 보수만 챙기고 성적과 상관없이 월드컵을 치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임금이 체불되자 월드컵 본선 첫 경기인 한국전을 3일 앞두고 사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 들고 협회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게 일부의 시각이다. 피스터가 물러날 경우 감독대행이 유력했던 피트 함베르크 코치까지 동반 사퇴한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따라서 만약 토고협회가 피스터 감독에게 밀린 임금을 지급할 경우 전격 합류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피스터 감독이 “복귀는 없다”고 잘라 말했지만 토고협회 관계자들은 “우리는 피스터감독을 좋아하고 있으며 내일(한국시간 12일) 복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토고 선수들의 동요도 심상치 않다. 게르송 크와조 단장은 기자회견에서 “모든 선수들이 월드컵 경기 동안 남아 경기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지만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일 뿐이다. 아데바요르는 토고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오토 피스터 감독이 돌아오지 않으면 경기에 나서지 않겠다”고 했다. 밤늦게 호텔인근 나이트클럽을 드나드는 선수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트클럽 관계자는 “토고 캠프가 차려진 후 거의 매일 서너 명의 선수들이 새벽까지 술을 먹고 놀다가 들어가곤 한다”고 확인했다. 실제로 감독사임이 발표된 후 11일 새벽에 들른 나이트클럽에서는 토고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이와 함께 토고 신임감독에 본프레레가 유력하다, 현금을 도난 맞았다, 선수들이 무단 이탈한다는 등의 각종 루머가 토고 대표팀 주변을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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