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업체들이 케이블TV방송사업자(SO)에 대한 선심성 출자ㆍ대여가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어, 하반기 주가 전망이 어둡다는 지적이다. 소비심리 회복 기대감으로 유통업체들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것과는 상반되는 상황이다.
13일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홈쇼핑업체들은 케이블TV방송사업자(SO)에 출자시 별도의 출자금액 평가기관을 두지 않고, 자체평가를 통해 산정가격을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하고 있다. 자금 대여도 5~6%의 저금리로 빌려주고, 만기를 계속 연장해 주는 등 SO업체들의 `사금고`를 자청하고 있다.
홈쇼핑업체들이 이같이 SO업체들에 대해 `출혈성` 출자 및 자금대여를 일삼고 있는 것은 좋은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채널 번호를 SO들이 임의로 정하기 때문에 시청률이 높은 지상파 방송 채널과 인접한 번호로 송출해 달라는 일종의 `로비`인 셈.
이날 현재 CJ홈쇼핑과 LG홈쇼핑의 타법인출자 규모는 각각 1,420억원ㆍ502억원에 달한다.
LG홈쇼핑은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한국케이블TV천안방송이 발행한 무보증전환사채에 45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액면가 1만원인 이 사채의 전환가액을 7만원에 책정한데 있다. 주가가 7배 이상 오를 때 전환한다는 조건인 만큼, 전환사채를 만기까지 들고 가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CJ홈쇼핑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한국케이블TV안양방송에 44억원을 출자하면서 주식 가치를 1주당 2만1,946원(액면가 5,000)원으로 산정했다. 코스닥에 등록된 충북지역 케이블TV업체인 씨씨에스의 지난주말 종가 8,690원(액면가 5,000원)과 비교해 볼 때 차이가 너무 커 정상적인 투자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자금 대여에서는 한술 더 뜬다. 지금까지 LG홈쇼핑은 총 1,170억원, CJ홈쇼핑은 721억원을 SO업체들에게 빌려줬다. 대부분이 주식담보 대출 형태이며, 대출금리는 연 5~6%. 최근 일반 저축은행들이 장외주식에 대한 담보대출 이자율을 12~15%까지 받고 있는 점과 주식가치의 40%도 담보인정을 못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그러나 SO업체들 대부분이 수익 및 재무구조가 열악해 출자 및 대여 자금의 회수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 홈쇼핑 담당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홈쇼핑업체들이 SO에 빌려준 돈은 되돌려받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면서 “SO에 대한 출자 및 대여 때문에 홈쇼핑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낮아지고 금융수지가 악화돼 향후 주가 상승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이라고 지적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