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31 지방선거는 우리 역사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많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뭔가 어긋난 곳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네 번째 치러지는 동시 지방선거면 이제 지방선거로서 자리를 잡을 만도 한데 시간이 갈수록 중앙당의 대리전 양상이 뚜렷하다. 언론도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정책대결보다 이들을 지원하는 대권주자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방선거는 지방선거다.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는 지방이 없다. 과도하게 대선의 전초전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민주화투쟁 시기에나 있을 법한 정권심판론도 나왔다. 경제가 어렵다면서도 서민경제 활성화의 대안을 찾기보다 정부에 대한 화풀이 선동에 더 솔깃했던 것이 사실이다.
선동정치는 손쉬운 득표방법일지는 모르나 유권자들의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투표를 방해할 뿐이다. 급기야 야당 대권주자 중 한명이 선거유세 중 테러를 당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실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빠른 쾌유를 빈다.
지방선거가 이렇게 된 책임은 전적으로 중앙정치에 있다.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난 다음날부터 이내 다음 대권을 위한 무한투쟁에 들어가는 것이 우리 정치가 아닌가. 대권다툼은 중앙이든 지방이든 썩은 나무 등걸까지 남김없이 권력투쟁에 끌어들이는 블랙홀과 같다. 우리 정치는 지금 정상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정녕 지방선거를 치르고 있는 것인가. 5ㆍ31 지방선거는 대권싸움의 강력한 흡인력에 빨려 들어가 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도 유권자의 뜻이라고 자위하기에는 지방의 희생이 너무 크다.
창도 600년 만에 처음으로 성(性)대결이 벌어지는 서울시장 선거는 한낱 이미지 다툼 수준으로 치부되고 있다. 정치가형 리더십과 전문경영인형, 과학기술가형 리더십의 대조적인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경기도지사 선거도 관심밖이다. 지역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될 정책과 이슈들도 대권경쟁의 쓰나미에 휩쓸려버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방선거가 중앙보다는 지역, 정당보다는 인물, 정치보다는 정책, 말보다는 능력을 보고 판단하는 선거가 될 수 있을까. 중앙정치의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 한 요원한 일인 듯하다. 그래도 항상 선거를 통해 능동적인 변화의 힘을 발휘해온 유권자들의 뜻을 마지막까지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