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토르 유시첸코(가운데) 후보가 27일 키예프 독립광장에서 부인 카테리나(왼쪽) 여사와 정치적 파트너인 율리야 티모셴코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강한 추진력으로 ‘키예프의 잔다르크’로 통하는 티모셴코는 유시첸코 정부의 유력한 총리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키예프=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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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31일 1차투표를 치른 후 두차례의 재투표를 거치는 험난한 과정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빅토르 유시첸코 야당 후보는 선거과정에서 양분된 지역민심을 통합하고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절묘한 외교를 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유시첸코는 27일(현지시간) 키예프 독립광장에 모인 1만5,000명의 지지자들 앞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우리는 지난 14년간 독립국이었지만 오늘은 마침내 자유국가가 됐다”며 “오늘 우크라이나에서 새로운 정치 원년이 시작됐다. 이것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자 위대한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야누코비치는 “강력한 야당으로 남겠다”며 패배를 시인했다.
지난달 21일 치러진 2차투표에서는 야누코비치 후보가 승리했지만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규모 항의시위가 벌여졌고 대법원이 선거결과 무효를 선언하면서 우크라이나는 26일 3차투표를 치렀다.
이날 유시첸코의 정치적 상징인 오렌지색 옷과 머플러 등을 두르고 나온 지지자들은 유시첸코 후보의 승리가 확정되자 폭죽을 터트리며 ‘유시첸코’를 연호하는 등 승리를 자축했다. 전날부터 독립광장에 모여 시민들의 선거 혁명을 촉구해온 유시첸코 지지자들은 이날 오전 가두행진을 벌이며 새 시대가 시작됐음을 선언했다.
유시첸코는 재투표를 통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그를 지지하는 친서방의 서부지역과 야누코비치를 지지하는 친러시아의 동남부지역의 분열을 봉합하는데 실패할 경우 정치적 혼란이 격화돼 고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부지역 주민들은 유시첸코 후보가 당선될 경우 분리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또 유시첸코의 당선은 그동안 러시아의 영향력이 지배적이었던 우크라이나의 정책방향이 유럽과 미국 중심으로 선회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 93년부터 6년간 중앙은행장을 역임하고 99년 12월부터 2001년 4월까지 레오니드 쿠츠마 현 대통령 밑에서 총리를 지냈던 유시첸코는 러시아 경제위기로 인한 경제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등에서 자금지원을 받으며 서구와 가까워졌다.
그 과정에서 그는 적극적인 시장개혁 정책을 펴며 친서방 인물로 자리잡게 됐다. 그러나 친러시아 성향의 동부지역 민심을 끌어안고 에너지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는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해야 하기 때문에 유시첸코는 미국과 러시아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외교적인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이 밖에 선거에 따른 시위 등 혼란으로 인해 침체를 겪은 우크라이나 경제를 살리는 것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중앙은행장을 역임하는 등 ‘경제통’으로 통하는 유시첸코는 우크라이나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부패한 경제 구조에 대해 쇄신에 나설 방침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경제의 55%는 ‘지하경제’이며 정치권과 유착한 대기업들이 조세 회피 등으로 자신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