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여야가 극적인 휴전선언에 합의했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주변 국가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양분되거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로 이어진다면 러시아·폴란드·헝가리 등 주변 동유럽 국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대통령궁 웹사이트에 게재된 성명에 따르면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야권 지도자들은 폭력사태를 중단하고 대화를 재개한다는 데 전격 합의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위해 협상 테이블에 함께 앉아야 한다"며 "(이번 사태로) 국가의 미래가 훼손된다면 후손들이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대표인 비탈리 클리츠코도 인터팩스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야권 메인캠프에 대한 진압 시도를 멈춘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유혈사태를 둘러싼 불안감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휴전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데다 반정부시위대 대다수가 대통령의 의도에 의혹을 품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유혈사태가 동서 양분 사태로 치닫거나 시민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FT는 러시아와 폴란드·헝가리·루마니아 등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국가들을 1차 피해국가로 지목했다. 러시아는 자국에서 생산된 천연가스의 절반가량을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가스관을 통해 유럽 등지로 수출하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정부나 국유은행이 우크라이나에 빌려 준 채무액도 300억달러에 달한다. 폴란드는 이날 대통령이 국회연설을 통해 사태의 확전 가능성을 우려했다. 국경을 맞댄 양국은 '보따리무역'이 특히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미 폴란드 국경지대 병원에 우크라이나 시위 부상자들이 속속 몰려들어 국경봉쇄 등이 실시될 경우 양국 간 경제협력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바클레이스캐피털의 쿤 쇼추 이머징 투자전략가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진전속도가 매우 빨라 투자분을 미리 청산하지 못한 펀드가 대부분"이라며 "만일 키예프가 디폴트를 선언하게 되면 국제투자자금이 다시 한번 전체 이머징시장에 대한 비중축소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