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새 CEO에 마크 허드 선임

개혁보다 현체제 유지할듯

NCR의 마크 허드(48) CEO

휴렛패커드(HP)는 칼리 피오리나 회장의 퇴진으로 공석이 된 최고경영자(CEO)자리에 현금지급기 제조업체인 NCR의 마크 허드(48) CEO를 선임한다고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피오리나 회장의 퇴진 이후 HP의 프린터사업 분사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HP가 허드를 영입한 것은 ‘급격한 변화’보다는 ‘현체제 유지’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NCR는 규모가 HP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허드는 지난 2003년 3월 NCR의 CEO에 오른 후 2년만에 주가를 300% 이상 끌어올리는 등 탁월한 경영능력을 선보였다. 한때 적자에 시달리기도 했던 NCR는 지난해 수익이 전년보다 55% 이상 증가했으며, 올해도 45%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허드의 영입 소식이 전해지면서 29일 HP의 주가는 10% 오른 반면 NCR의 주가는 17% 폭락했다.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HP 역시 허드의 지휘하에 경영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허드의 영입으로 피오리나 회장의 퇴진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됐던 분사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실망감도 드러내고 있다. 미국계 투자회사인 카리스의 애널리스트인 마크 스탈만은 “NCR는 몇 개의 인수작업을 추진한 경험은 있지만 회사를 쪼개는 작업은 하지 않았다”며 “허드 역시 HP 분사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퍼스트아메리칸테크놀로지펀드의 배리 랜달 역시 “투자자들은 피오리나가 회사 분사의 장애물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피오리나의 퇴진 이후 HP의 주가가 상승세를 탔던 것”이라며 “그러나 HP는 회사를 분할하지 않을 인물을 다시 CEO로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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