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천안함 사태의 책임을 지고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이상의 합참의장의 전역서를 공식 수리하지 않은 채 14일 후임자를 내정해 논란이 예상된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이 의장의 전역서는 아직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역서가 수리되기 전까지는 이 의장에 대한 호칭을 ‘합참의장’이라는 현직으로 불러달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이 의장 후임으로 한민구 육군참모총장을 내정하는 등 대장급 4명의 내정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 이후의 군 신뢰도 추락을 막고 이 의장의 명예 등도 보호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의장이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천안함 사건 당시 문서조작을 지시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의혹해명을 위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면서 강력 반발한 것도 정부가 전역서 수리를 미루는 원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천안함 사태 발생 초기의 난맥상 등과 관련해 수뇌부 인책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군이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예비역 장성은 “허위보고와 기록조작 논란으로 국민의 믿음을 저버린 군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인사안을 내놓은 것 같다”면서 “군 스스로 뼈를 깎는 고통을 치르지 않고는 군과 국방을 바로 세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징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이 의장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서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나타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와 관련, 민주당 등 야권은 “이 의장이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것은 면피용이자 법령 위반”이라며 대통령이 이를 수리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비위공직자 의원면직 처리제한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공직자가 비위와 관련, 조사나 수사를 받고 있을 때 면직이 허용되지 않는다.
조영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합참의장은 군형법에 의한 징계처분 대상자”라며 “징계받아야 할 현역군인이 그 책임을 피하고자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것은 법적ㆍ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