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중소기업들이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경기침체의 여파로 일감이 줄어 길게는 2주 가까이 `장기 여름휴가`를 실시하는 등 사실상 조업단축에 들어가는 등 힘겨운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기업은 기업대로 일감이 없어 조업단축을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지만 생산현장의 일용직 근로자들은 당장 수입이 줄어 무더운 여름휴가를 보내야 하는 형편이다. 부산 사상구 감전동 사무용 가구 제작업체인 Y사는 오는 28일부터 내달 3일까지 7일간 여름휴가를 실시한다.
지난해 3일간 여름휴가를 실시한 것과 비교하면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에는 40여명의 직원들이 2개조로 나뉘어 휴가를 실시했으나, 올해는 주문물량이 없어 휴가기간 동안 아예 회사문을 닫기로 했다.
이 회사의 경우 전체 직원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일용직 직원들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돼 휴가기간 임금을 받지 못한다. 녹산국가산업단지내 자동차부품 업체인 D사는 내달 4일부터 13일까지 10일간 여름 휴가를 실시한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현대자동차의 부분 파업으로 작업 물량이 현저히 줄어든 데다 원화 강세로 수출 채산성까지 악화되면서 수출 주문도 20% 이상 감소했다”면서 “요즘 같으면 하루라도 더 공장 문을 닫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신평장림공단의 S섬유업체도 내달 초 1주일 정도 여름 휴가를 실시하기로 계획을 세웠다가 주문 물량이 줄면서 며칠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5월부터 일감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이미 잔업을 중단했으며, 특히 이달 들어서는 하루 1~2시간 정도 조업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올해는 장기휴가 계획을 세운 업체들이 많아 불경기를 실감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밀집지역인 녹산산단내 상당수 기업들이 1주일 이상 장기 휴가를 실시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김진영기자 kj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