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덩치 커지는데 국민 지갑은 그대로…

실질 GNI증가율 3분기째 0%대
■한은 '3분기 국민소득' 발표
실질무역 손실 급증에 배당금등 해외로 빠져나가
외형 성장불구 소득 제자리…체감경기 회복 '가물'


올 3ㆍ4분기 중 우리 경제는 4.5% 성장했지만 실제 국민소득은 3분기 연속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외국인들이 해외로 가져가는 배당금이 늘어나면서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최근 3분기 연속 0%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4%대 중반의 외형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손에 쥘 수 있는 소득은 전혀 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체감경기 회복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005년 3ㆍ4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3ㆍ4분기 중 실질 GNI는 165조9,6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5조7,520억원)에 비해 고작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실질 GNI 증가율은 올 1ㆍ4분기 0.5%에 그친 데 이어 2ㆍ4분기 0.0%를 기록해 3분기 연속 실질소득 증가율이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소득증가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국내총생산(GDP)은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3ㆍ4분기 실질 GDP는 4.5% 성장, 지난달 발표된 속보치(4.4%)를 웃돌았다. 분야별로 민간소비는 지난해 동기보다 4.0% 증가하면서 11분기 만에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설비투자는 4.2% 성장했으나 건설투자는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7.3% 증가했고 건설업은 0.6% 성장하는 데 그쳤으나 서비스업은 3.4% 성장했다. 올들어 3ㆍ4분기까지 GNI 증가율은 0.2%로 같은 기간 GDP 성장률 3.5%에 훨씬 못 미쳤다. 실질 GNI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턱없이 밑도는 것은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 무역손실이 증가한데다 이자 등 요소소득의 국외지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가격하락으로 수출물가가 떨어진 반면 국제유가 상승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돼 실질 GNI 증가율이 답보상태에 있다”며 “결국 GDP 증가율 개선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소득증가를 체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수출단가가 계속 하락하는 동안 원유 등의 원자재 수입가격은 오르면서 교역조건이 악화되는 바람에 실질 무역손실로 해외로 새나간 소득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3ㆍ4분기 실질 무역손실은 무려 12조4,000억원에 달해 지난해 전체 손실의 절반보다도 많았다. 올 9월까지 누적 손실액만도 32조8,58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대외 이자지급 등 요소소득은 1~9월 중 1조4,113억원이 국외로 빠져나갔다. 이렇다 보니 경제덩치는 커지는데 실제 국민이 손에 거머쥐는 소득은 거의 늘지 않는 소위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경기회복’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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