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계 '변화' 반영 못한다

기관별 분류코드 다르고 수치 뒤죽박죽…정확성 떨어져
'연관표' 제때 발표안돼 2000년 자료가 최신판
부실통계, 정책부실로 이어져 대책마련 시급


외국 연구기관에서 얼마 전 우리 국책연구기관으로 옮긴 L모 연구위원은 자동차산업 분석을 위해 통계를 찾는 과정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국민계정ㆍ무역통계ㆍ노동통계 등 각종 통계 수치가 기관별로 뒤죽박죽이라 유사치를 뽑아내는 데 만족해야 했기 때문이다. 걸린 시간은 1주일. 외국에선 길어야 하루면 끝이다. 그나마 분류 코드가 달라 정확한 분석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국책연구기관의 K 연구위원은 얼마 전 고유가가 우리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면서 산업연관표를 찾았다. 에너지 사용 데이터는 2005년 것이 확보되어 있었지만 산업연관표는 2000년 자료가 최신이었다. 그는 2005년 데이터를 2000년 산업연관표에 맞춰 분석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산업통계가 산업구조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정부 각 기관에서 저마다 통계를 작성함에 따라 산업분류체계가 다르고 기업 등으로부터 제공받는 원본 데이터 등이 부실한 데 따른 것. 이 같은 부정확한 산업통계는 결국 통상ㆍ경제정책의 부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각종 경제정책의 파급효과 측정 등에 사용되는 산업연관표의 경우 2000년 자료가 가장 최신판이다. 5년마다 개정판을 내는 산업연관표는 2003년 자료를 모은 중간 연관표가 올 초에 발표 됐어야 하지만, 계속 미뤄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조사량이 대폭 늘어난 반면 예산ㆍ인력 투입 등의 어려움 때문에 늦어지고 있다”며 “2003년 연관표는 올 하반기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구조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어 산업연관표의 경우 제때 나와야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며 “현재는 2000년 자료를 토대로 현재의 우리산업 구조를 살펴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작성된 통계가 생산기관별로 코드가 모두 다르다는 맹점을 안고 있다. 조선산업의 경우 광공업 통계에서 선박 건조업으로 분류된 반면 GDP(국내총생산) 등 국민계정에서는 철도ㆍ항공 등과 함께 기타 수송 기계로 잡힌다. 우리나라 수출 1위품목인 반도체는 별도의 독자적인 통계 없이 국민계정에서 전자부품과 함께 분류되고 있다. 때문에 반도체산업 뿐만 아니라 전자 부품산업의 산업현황과 구조변화를 분석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구조다. 정부 통계를 받아서 사용하는 연구기관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관의 통계에서 비슷한 분류 코드를 다시 따로 묶어 반도체ㆍ조선산업 등 특정산업을 분석하고 있다. 불필요한 노력을 하고 있고 통계의 정확성도 추가적으로 떨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가지고 있는 통계조차 공유하려 하지 않는 기관간의 비협조와 통계제공을 꺼리려는 기업들의 태도도 문제다. 예를 들어 1인당 부가가치 생산액의 경우 경제활동인구 통계의 원본 데이터가 있어야 정확한 산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는 데이터도 받기 힘들 뿐더러 어렵게 얻어낸 자료도 불충분 해 1인당 부가가치 생산액을 추정해서 작성하고 있다. 기업 등 통계제공 의무가 있는 단체ㆍ기관 등도 자료제출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 국내 굴지 기업들은 보안을 이유로 통계 자료 제공 대신 벌금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미국은 단일 기관에서 산업관련 통계를 생산하고 있고 원본 데이터도 극히 예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연구기관 혹은 타 부처에 공개한다”며 “산업관련 통계의 대대적인 개편이 시급한 실정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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