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재판 진행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변호인을 구치소에 수감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지방법원 형사7단독 손주환 판사는 22일 서모씨의 사기사건 공판 과정에서 증인백모씨를 상대로 신문하던 서씨의 변호인 김모 변호사에 대해 10일간 감치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이날 서울지법 523호에서 열린 사기사건 피고인 서모씨 사건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백모씨를 신문했다. 김 변호사는 신문 과정에서 백씨가 이미 답변한 내용과 다른 사실을 전제로 신문을 계속했으며 손 판사는 “적절치 못하다”며 수차례 제지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가 비슷한 취지의 신문을 계속했고 급기야는 손 판사와 김 변호사 사이에 언쟁이 벌어졌다. 김 변호사는 “변호인의 변론권을 제한하는 것이냐”며 “재판장의 재판진행이 적절치 못하다”고 강하게 맞섰다.
이에 손 판사는 재판 진행을 방해했다며 10일간의 감치 명령을 내렸고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즉각 항고하겠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감치명령 즉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법정에서 피고인이나 방청객이 아닌 변호인이 감치명령을 받은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김 변호사는 3일 이내에 서울지법 항소재판부에 항고할 수 있다.
법원조직법상 감치명령은 법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재판부 명령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거나 재판부 위신을 훼손하는 사람들을 직권으로 구속하는 조치다. 법원은 해당 행위에 대해 20일 이내 감치명령이나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
특히 김 변호사(사시12회)는 검사 출신으로 손 판사(사시28회)보다 16년이나 선배격인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한변협은 이에 대해 “변호인에게 감치명령을 내린 것은 재판권의 남용으로 변론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한진기자 siccu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