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특집 프로그램이 사라진다

방송사들 외면속 EBS 마저 하나도 준비안해


방송사들이 한글날(9일) 특집을 외면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공영방송인 EBS는 한글날 관련 프로그램을 하나도 준비하지 않아 공영방송으로서의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글날 특집을 방송할 예정인 곳은 KBS 정도. KBS 1TV는 9일 오전10시35분에 방송인 정재환의 한글 사랑을 그린 ‘정재환의 한글사랑’을 내보낸다. 또 9일 밤12시50분에 전파를 타는 ‘TV 책을 말한다’가 한글날을 맞아 고종석씨의 ‘말들의 풍경’과 황대권의 ‘빠꾸와 오라이’를 살펴본다. 하지만 편성시간대가 시청자들이 TV를 많이 보지 않는 때에 배정돼 있다. KBS 2TV의 ‘상상플러스’ 역시 이날 한글날 특집으로 황수정, 박지윤 아나운서가 출연하지만 새롭게 준비한 것은 없다. EBS는 아예 한글날 관련 프로그램을 찾아볼 수가 없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방송으로서의 역할과 공익적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고 있는 것. EBS는 지난 가을 개편 때도 제작비와 인력 문제 등의 이유로 ‘시사-세상에 말 걸다’, ‘시대의 초상’ 같은 공익적 프로그램을 폐지한 바 있다. EBS의 정체성이 갈수록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MBC 역시 지난 7일 오후3시30분에 방송된 ‘미스터리 한글, 해례6211의 비밀’이 한글날 특집의 전부다. 시리즈물인 ‘미스터리 한글…’의 경우 MBC는 제작비조차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SBS도 한글날 프로그램이 아예 없다. 방송사들이 한글날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는 것은 결국 시청률 때문이다.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된 후, 방송시간을 배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몫한다. 한상희 경실련 미디어워치팀장은 “방송이 언어와 굉장히 밀접한 곳이기 때문에 한글날의 경우 관련 프로그램을 다뤄주는 성의가 필요하다”며 “EBS는 사회교육이라는 측면에서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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