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가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위해 재무적투자자(FI)로 끌어들이기로 한 중동 펀드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영석유투자회사(IPIC)의 자회사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IPIC가 과거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인수한 뒤 현대중공업과 국내외 법원을 오가며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사례가 있어서다. 이 때문에 하이닉스 인수를 둘러싼 국부 및 기술 유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놓고 물의를 빚었던 IPIC의 자회사가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든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TX는 IPIC의 비석유 부문 투자 자회사인 아바르를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FI로 유치하기 위해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STX가 인수금액의 51%를 확보해 경영권을 보유하고 아바르가 나머지 49%를 부담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아바르의 모회사인 IPIC가 현대오일뱅크 경영권을 놓고 현대중공업과 벌였던 분쟁 사례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IPIC는 지난 1999년에 지분 50%, 2006년에 20% 등 두 차례에 걸쳐 현대오일뱅크(당시 현대정유) 지분의 총 70%를 인수했다. 당시 2대주주였던 현대중공업은 IPIC의 누적 배당금이 2억달러를 넘기 전까지 경영에도 참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IPIC는 그러나 현대오일뱅크의 누적 배당금이 1억8,800만달러가 되자 2007년 이후 배당을 시행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하는 '꼼수'를 부렸다. 게다가 IPIC는 한술 더 떠 현대오일뱅크 지분의 3자 매각까지 추진했다.
이에 현대중공업 측은 국제중재법원(ICC)에 중재를 신청했고 ICC는 2009년 'IPIC가 주주 간 협약을 중대하게 위반한 사실이 인정되며 현대오일뱅크 지분 전량을 현대중공업 측에 양도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이후 IPIC는 한국 법원의 판결을 받겠다고 버텼고 지난해 국내 법원이 현대중공업 측의 손을 들어주자 그제서야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현대중공업에 양도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무리한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경력이 있는 IPIC의 자회사가 하이닉스 인수전에 FI로 참여하기로 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이닉스 인수 기업이 경영권을 확고히 유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향후 제2의 'IPIC 사태'가 벌어지는 일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바르의 모회사인 IPIC가 과거 현대오일뱅크 경영권 분쟁시 국내외 법원의 결정과 상도의를 무시하고 꼼수를 부린 전례가 있는 만큼 하이닉스의 경영권을 넘보지 못하게 할 명확한 조치가 필요해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