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저탄소차협력금' 사실상 유보

정부가 내년 시행을 앞둔 '저탄소차협력금 제도'와 관련해 부담금 부과를 유예하는 방향으로 사실상 가닥을 잡았다. 현행대로 제도를 시행할 경우 이산화탄소 감축효과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자동차 업계에 미치는 피해만 커진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산업연구원·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9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저탄소차협력금 제도 도입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어 협력금 시행에 대한 두 가지 대안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먼저 '자동차 업계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대안'으로 부담금 부과를 유예하고 보조금 또한 전기차에만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이브리드차에는 지금처럼 세제혜택만 주어진다.

이렇게 부담금 부과를 미루면 국산 자동차 업계의 피해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협력금 제도가 현행대로 시행될 경우 현대차의 판매가 오는 2015년 기준 7,584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매출손실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또 부담금 부과를 미루면 2020년 6,383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됐던 보조금 총액도 750억원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해 정부 재정부담 또한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두 번째 대안으로는 '이산화탄소 감축효과 제고방안'이 제시됐다. 현재 최대 700만원인 부담금을 1,500만원으로 2배 이상 늘려 이산화탄소 감축효과를 높이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연간 1조3,000억원 안팎의 부담금을 거둬 재정흑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환경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기타의견'을 통해 산업계의 피해가 과다산정됐다고 반박해 정부의 최종안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와 환경부의 중재를 맡은 기획재정부는 부담금 부과를 유예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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