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직원·아프리카 '아난 총장 구하기'

유엔 직원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구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아프리카 출신인 아난 총장은 아들이 이라크 `석유-식량 프로그램'에 참여한 업체로부터 부당한 급여를 받았다는 의혹에 휘말리는 등 최근들어 잇단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 직원들은 지난달 29일부터 내부 전산망의 e-메일을 이용해궁지로 내몰린 아난 총장을 지지하는 내용의 문건에 대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유엔 사무국은 이 운동에 벌써 3천여명의 직원이 동참했다고 전했다. 유엔 직원들은 서명문건에서 유엔에 대한 비난 중 많은 부분이 사실에 대한 완전한 이해없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우리는 균형있고 정당하며 현실적인 태도를 지닌 아난 총장을 어느 때보다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국가들도 아난 총장 구명 대열에 동참했다. 유엔 회원국인 아프리카 국가들은 아난 총장 및 유엔과 관련된 최근의 언론보도가 편향돼 있다면서 아난 총장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아난 총장에게 전달했다. 이는 유엔의 '이라크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 관련 스캔들을 조사해 온 놈 콜먼 미 상원 조사소위원회 위원장이 아난 총장의 사임을 요구한 것과 무관치 않다. 콜먼은 1일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유엔의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213억 달러를 부당하게 챙겼다며 지휘감독 책임을 맡은 아난 총장의 사임을 압박했다.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은 후세인 정권 시절 유엔 제재로 인한 이라크 주민의 고충을 덜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1996년 12월부터 2003년 11월까지 유엔의 감독하에 진행됐다. 그러나 후세인 정권 몰락 후 이라크가 유엔 제재조치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는 등 석유-식량 프로그램에 대한 유엔의 관리부실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히 아난 총장의 아들인 코조 아난이 이 프로그램에 관계된 업체로부터 부당한 임금을 받아왔다는 의혹이 최근 불거져 아난 총장은 지난달 30일 "매우 실망했고 경악했다"며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한편 이라크 전쟁을 놓고 전쟁반대 입장에 선 아난 총장과 갈등을 빚었던 미국정부는 1일 애덤 어럴리 국무부 대변인의 입을 통해 "아난 총장이 진실규명을 위해협력하고 있다"며 콜먼의 사임 주장과는 다소 거리를 뒀다. 어럴리 대변인은 그러나 미국 정부가 아난 총장 사임 주장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회피하면서 현재 조사가 진행 중임을 강조하고 "이 시점에서 특정 개인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유엔본부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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