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에 의한 간첩 조작 36년 만에 무죄 확정

고문 때문에 간첩이라고 허위 자백했다가 억울한 옥살이를 한 70대 남성이 36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 1978년 징역 10년과 자격정지 10년을 선고 받은 양모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양씨의 자백진술은 불법 연행과 고문·가혹행위 등을 통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인정하고 공소사실에 범죄의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양씨는 1976년 12월 제주시 한경면 자택에서 불법 연행돼 서울 남산 중앙정보부로 끌려가 이복형이 조선총련 소속인 것을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고문을 당했다.

간첩 혐의를 인정하는 자술서를 쓰고 기소돼 중형을 선고 받았던 양씨는 2011년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을 받아들인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양씨를 불법 연행하고 각종 고문과 가혹행위를 통해 진술을 받아낸 만큼 자백진술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고 그외 제출된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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