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大舶) 쫓는 사회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꿈을 꾼다. 어떤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어떤 사람은 아무 것도 하기 싫어서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지향점은 다르지만, 보통사람하고 다른 특별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직장인들은 그달 그달 생활하기도 빠듯한 봉급으로 살아가고 있다. 안먹고, 안입고, 안써도 돈 모으기가 쉽지 않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도 최악의 경기 때문에 `죽을 맛`이라는 푸념이다. 건국이래 최대의 국난이라고 불렸던 IMF 당시 보다 더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푼돈이나마 모은다고 해도, 돈을 불리기가 만만치 않다. 지금 가정을 이루고 있는 대부분의 가장들은 `저축은 국력`이라는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들이다. 이들에게 사실상 마이너스로 떨어진 은행금리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허리띠를 졸라매 저축을 해 보지만, 돈은 불어나지 않는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부자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깨달을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박(大舶)을 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욕구에 대한 분출구인 셈이다. 직장인에서 가정주부, 어린 학생에 이르기까지 대박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 인터넷 검색어 가운데 `로또`가 가장 많았다는 것은 한탕에 대한 국민적 열기를 반영하고 있다.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마른 하늘에서 떨어지는 벼락을 연이어 두번이나 맞을 확률과 같다고 한다. 따라서 로또를 사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산다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 같다. 주식시장도 대박을 꿈꾸는 `꾼`들이 득실거린다. 이들은 심지어 하루에 수십번씩 초단타 매매도 한다. `제로 섬`게임을 하는 선물ㆍ옵션은 외국에서는 기관들의 위험 분산용이지만, 국내에서는 개인들의 대박찾기용 수단중 하나일 뿐이다. 대박은 말 그대로라면 큰 배라는 뜻이다. 대박이 언제부터 왜 한탕의 의미로 쓰이게 됐는 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다만 추론 해 보면, 옛날부터 우리나라는 중국 등지와 무역을 해 왔고 이 과정에서 해외 특산물을 사오는 무역은 큰 돈을 벌 수 있었을 것이다. 배가 클수록 이익도 컸을 것은 자명하다. 그래서 `대박=큰돈=한탕`으로 인식됐을 가능성이 높다. 대박의 어원은 확실하지 않지만, 대박 쫓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채수종 (증권부 차장) sjcha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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