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장시간 쉬지 않고 하면 심각한 두통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최근 경기도 구리시 장자중학교 학생 10개반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91명(컴퓨터 보유 387명)중 32%(127명)가 컴퓨터 게임으로 인한 두통과 눈의 피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주일 이상이나 지속되는 두통(편두통 포함)을 호소한 학생이 1%(4명), 심한 발작과 간질증세까지 경험한 경우(0.2%ㆍ1명)도 있었다.
조사 대상자들은 하루 4시간 이상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경우는 17%(70명), 저녁 12시 이후까지 게임을 한적이 있는 경우는 62%(242명), 수면부족으로 수업에 지장까지 받은 학생은 22%(87명), 컴퓨터 화면의 현란한 빛에 가슴이 뛰거나 놀란 적이 있는 사례도 2%(8명)로 나타났다.
이처럼 두통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의 상당수가 방과 후 컴퓨터 게임을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하는 것으로 밝혀져 지나친 컴퓨터 게임과 신경학적 이상증상과의 관련성이 주목되고 있다.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김 모(17세) 군은 얼마 전 머리가 아프다며 학교에서 조퇴를 하고 병원을 찾았다. 일주일 내내 간헐적으로 지속되는 심한 두통이 왔고 때로 구토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정밀진단 결과 뇌자기공명영상(MRI) 촬영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다만 전문의 상담결과 매일 늦은 밤까지 컴퓨터 게임에 열중했음이 밝혀졌다. 이번 조사에서 2%(9명)가 컴퓨터 게임을 하던 중 현란한 빛에 놀라거나 일시적인 의식의 소실과 동반된 발작을 일으켜 과다한 컴퓨터 게임의 위험성에 경종을 주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몇 년 전 TV만화를 시청하던 청소년이 광과민성 간질발작을 일으켜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컴퓨터 모니터의 전자파는 TV모니터에서 나오는 전자파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청소년들에게 장기간 노출되기 마련. 때문에 컴퓨터 모니터에서 발생되는 전자파는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두통을 부를 수 있다.
전자파에 장시간 노출되면 나른함, 불면, 신경예민, 두통, 어지러움, 서맥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러한 증상은 전자파로 인한 각종 호르몬 분비의 이상, 특히 멜라토닌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한 임상실험 결과에 의하면 전자파 노출은 체내 멜라토닌 분비량을 최고 81.5%에서 12.9%까지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멜라토닌은 인체의 시계 역할을 하는 뇌하수체 호르몬이다. 그러므로 멜라토닌이 감소되면 심한 수면장애를 겪고 생활 리듬이 깨지게 되며 두통과 함께 오심 혹은 구토가 나타날 수 있다.
◇어떻게 치료하나?
진통제 장기복용 되레 악영향
두통치료를 위해서는 매일 규칙적인 운동과 생활습관ㆍ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만일 일시적인 편두통이 발생했다면 증상완화를 위해 조용하고 어두운 방에서 잠시 눈을 붙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부분의 두통은 초기에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예를 들면 아세트아미노펜)에 잘 반응한다. 그러나 한 달에 두 세 차레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두통으로 고생하는 경우에는 두통을 유발하는 기질적 원인을 찾기 위해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김지수(뇌신경센터) 교수는 “흔히 두통에 복용하는 진통제를 자주 복용하면 약에 대한 신체적 혹은 심리적 의존성이 생긴다”며 “두통은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발생원인을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