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후 검찰과 경찰은 사고에 조금이라도 책임이 있는 사람과 업체를 모조리 색출하는 방식의 전방위적 수사를 펼치고 있다.
실제 검찰은 세월호 참사를 초래한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15명의 선원 모두에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이번 주 중 기소할 방침이다. 사고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김한식 대표와 사실상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사고 있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최측근들도 잇따라 구속됐다. 선박의 안전관리 의무가 있었던 해운조합 소속 운항관리자와 사업본부장 2명도 구속됐고 11일에는 펴지지 않았던 구명벌을 검사한 업체 대표 에게도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번 사고와 관련한 기소자가 족히 30~40명은 넘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문제는 수사 당시의 분위기와 법정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데 있다. 수사 당시 '살인죄'까지 거론되며 엄벌 분위기가 조성됐던 사건들이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과 함께 흐지부지되는 사례는 너무나 많다.
32명의 사망자를 낳았던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당시 부실 공사에 책임이 있는 각 시공사 사업소장과 현장소장, 서울시 공무원 등 17명이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 형량은 너무나도 낮았다. 건설 주 책임자인 현장소장 신모씨가 최고형인 금고 2년형을 선고받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선고받는데 그쳤던 것이다. 1993년 292명의 사망자를 낳은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에서도 선박 검사를 소홀히 한 선사와 해운항만청 소속 공무원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지만 집행유예 형을 받고 풀려났다. 23명이 숨진 1999년 경기도 화성 씨랜드 수련원 화재 사고와 관련해서도 수련원 대표 박모씨가 징역 1년형을 받은 데 그쳤다.
이 같은 법원의 판결은 일반 국민들의 정서와 너무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승객을 버린 이준석 선장과 선원들에게 '부작위로 인한 살인죄' 등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법원도 할 말은 있다. 고의성이 없는 재난 사고에 살인죄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할 수밖에 없는데, 법정형량 자체가 '5년 이하의 금고'이기 때문이다. 피해 규모를 고려해 가중처벌을 한다고 해도 최대 7년 6개월형이 선고 가능하다. 이준 삼풍백화점 회장이 502명의 목숨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사고로 받은 징역 7년 6월 형이 법정 최고형이라는 말이다.
대형 재난 초래시 엄벌에 처하는 내용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사고를 초래한 청해진해운 선사나 감시·감독업체를 중형에 처하고 싶은 심정은 이해하지만 현행 법으로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대형 안전사고를 초래한 기업 등에 중형을 내리는 것은 물론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하도록 하는 입법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