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미각을 자극한다. 지난해말 출간된 조경란의 '혀'와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요리를 소재로 사랑과 인생을 풀어냈다. 군침이 도는 요리의 성찬 속에 내재된 인간의 잔혹성과 가학성을 드러낸 두 책은 모두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자리잡았다. 다시 요리를 소재로 한 소설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연애를 요리의 관점에서 접근한 책이다. 2006년 '백수생활백서'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저자는 20대 후반 여성들의 연애관을 요리를 매개로 풀어냈다. 주인공 나영에게는 두 명의 남자가 있다. 3년간 사귄 애인 성우와 초등학교 동창이자 오랜 친구 지훈. 나영에게 지훈은 누구보다 편한 친구이다. 때론 최신 영화를 지훈과 먼저 보러 가기도 한다. 영화광인 성우가 기분 나쁠까 봐 일부러 말하지 않을 때가 많다. 처음에는 둘의 사이를 별스럽지 않게 여기던 성우가 드디어 폭발했다. 지훈과의 관계를 명확히 하라는 것. 나영으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지훈도 성우도 결혼 상대로서는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 이후의 시점부터 내가 선택한 바로 그 한 사람만을 사랑하며 사는 것은 일평생 한 가지 요리만 먹어야 하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20쪽)' 그녀의 선택은 결국 이별이다. 홀로 남게 된 그녀는 여러 차례 맞선을 보며 남자를 몇 가지 범주로 가볍게 분류한다. 번듯한 직장을 가진 모범적인 남자는 '표준식단'으로, 예술가 타입은 '퓨전요리'로… 하지만 어느 누구도 눈에 들어 오지 않는다. 책에는 그녀 주변 친구들의 연애 이야기도 비중 있게 등장한다. 그들 역시 연애와 결혼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한 이 시대의 20대 여성이기 때문이다. 책은 요리의 기본자세로 끝을 맺는다. '처음부터 너무 욕심내지 말자', '돌이켜보고 반성하자.' 읽다 보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느껴진다. 요리와 연애의 자세가 이렇게 비슷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