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퇴진으로 창사 이래 최대 격변을 맞은 삼성 직원들이 24일 아침 긴장된 모습으로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전사경영회의' 를 열고 글로벌 전략을 재검토하는 등 경영 차질을 최소화 하느라 하루종일 분주했다. /이호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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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장단 인사폭 예상보다 커질듯
계열사 독립경영 조기정착 위해 "내부체제 정비부터"직원 사기진작 겨냥 부장급이하 인사도 앞당기기기로삼성전자 '전사 경영회의' 열고 대외저략 전면 재점검
이규진기자 sky@sed.co.kr
심희정기자 yvette@sed.co.kr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퇴진으로 창사 이래 최대 격변을 맞은 삼성 직원들이 24일 아침 긴장된 모습으로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전사경영회의' 를 열고 글로벌 전략을 재검토하는 등 경영 차질을 최소화 하느라 하루종일 분주했다. /이호재기자
삼성이 사장단 인사규모를 당초 예정보다 크게 확대한다. 또 오는 5월1일자로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24일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하루빨리 이건희 회장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에 따른 공백을 메우고 계열사 자율경영을 안정화시키는 게 급선무"라며 "계열사의 전면적인 인사를 통해 내부체제를 먼저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의 발 빠른 행보는 이 회장과 그룹 전략기획실-계열사 사장단으로 이어지는 일사분란한 '스피드 경영' 대신 새로운 경영 체계인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를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룹 경영체계 개편과 관련해 삼성 사장단 인사는 소폭으로 예상됐던 것과 달리 중폭 이상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당초 삼성은 지난해 12월1일 이 회장 취임 20주년과 올 3월22일 그룹 창립 70주년을 맞아 지난해 말 대대적인 사장단 인사를 기획했었다. 장수 최고경영자(CEO)들의 세대교체와 더불어 발탁 인사를 통해 새 바람을 불러일으켜 이 회장의 '창조경영'을 체화한다는 계획이었던 것. 그러나 특검 사태로 수포로 돌아갔고 지난해 삼성 위기론까지 불러올 정도로 강도 높은 경영 혁신책이었던 '경쟁력 강화 방안'도 빛을 잃었다.
이 같은 어정쩡한 상황은 지난 22일 이 회장의 퇴진 발표로 180도 달라졌다. 회장마저 물러나는 마당에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못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5월 초에 있을 임원 인사에서 사장단이 대거 교체되는 대변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전략기획실이 임직원들의 전환배치를 위해 이날부터 곧바로 개별 면담에 착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전략기획실의 한 고위관계자는 "계열사 인사에 따라 발령이 나는 임직원은 바로 이동할 수 있다"며 가능한 빨리 전략기획실을 폐지할 것임을 강조했다.
삼성은 또 특검 사태로 바닥에 떨어진 일반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사장단 인사에 앞서 부장급 이하 평직원들의 인사를 조기에 실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일부 계열사는 올해 인사가 늦어지는 바람에 내부적으로 직급 조정을 통해 승진자를 미리 내정하는 등 편법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일부 계열사의 경우 정기인사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인사적체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부를 추스르고 글로벌 경영에 매진하자면 하루빨리 인사를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경우 특검 사태로 미뤄놓았던 올해 투자계획과 인사방안ㆍ채용인원 등을 조속히 확정하기 위해 경영기획팀ㆍ인사팀 등이 밤 늦게까지 남아 최종안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략기획실 해체에 따라 브랜드 관리 등 핵심 업무를 맡기로 함에 따라 삼성전자는 경영지원총괄을 중심으로 조직개편도 추진 중이다. 전략기획실 소속 인력 60%가 삼성전자에서 파견된 점을 감안하면 인사폭이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내부 정비와 함께 주주들 및 주요 거래선의 공감 및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하는 등 대외전략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 이날 수원 본사에서 윤종용 총괄 부회장을 비롯해 황창규 반도체총괄, 이상완 LCD총괄, 최지성 정보통신총괄 사장 등 국내 5대 총괄 사장과 글로벌 지역대표를 포함한 50명의 핵심 임원이 참가한 가운데 '전사 경영회의'를 갖고 ▦투자 시기 및 규모 ▦인사 범위 및 시기 ▦해외시장 동향관리 등 경영 전반을 점검했다.
윤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삼성이 지금 엄중한 시기에 있다"며 "이머징마켓을 통해 전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한 해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그는 또 "각기 업무에 매진해 실적을 개선해나가자"고 독려해 이 회장 퇴진에 따른 공백 최소화와 특단의 경영쇄신 의지를 내비쳤다.
삼성전자 수뇌부는 이날 점검된 내용과 결정사항을 25일 '1ㆍ4분기 경영실적발표(IR)' 자리에서 발표함으로써 독자경영으로 전환한 데 따른 무한책임의식을 천명, 다시 한번 주주 및 주요 거래선들이 삼성에 두터운 신뢰를 보낼 수 있도록 '믿음의 토대'를 다져나가기로 했다.
그룹 주변에서는 "삼성을 총괄 지휘해온 이 회장의 사퇴를 계기로 일본 및 대만 등 경쟁국들의 '삼성 때리기'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주주들과 주요 거래선들의 공감과 호응이 바탕이 될 때 삼성 제3기가 무리 없이 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삼성은 대외 대표인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28일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계 간담회 참석에 앞서 삼성의 총투자규모와 채용계획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새 정부의 경제 살리기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지난해의 22조6,000억원보다 늘어난 24조~25조원가량을 투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