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저소득가구의 비중이 1990년도 7.6%에서 2012년도에는 14.6%로 늘어 지난 20여년 사이 약 2배가량 높아졌다고 한다. 가처분소득이 소득 중간값에 미달하는 저소득가구의 증가는 그만큼 가구소득 양극화가 심화한 결과다.
저소득층의 비중이 증가 추세임에도 이들에 대한 대출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는 금융기관들이 저신용·저소득층의 부실위험이 증대될 것으로 보고 신용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등 대출을 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자활 돕는 밀착형 서민금융 절실
이렇듯 소득 양극화와 신용 양극화라는 두 문제가 우리 사회의 주요이슈로 등장한 것은 오래전 일이다. 가계대출 1,000조원 시대라지만 필요한 자금을 빌리는데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서민금융정책의 목표는 서민금융시장의 실패를 바로잡아 자원배분 효율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서민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한정된 재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기 위해서는 지원이 필요한 서민들 각자를 대상으로 '올바른 진단과 적합한 처방'이 선행돼야 한다. 복지가 필요한 계층과 금융이 필요한 계층이 선별될 필요도 있다. 상환능력이 부족한 서민에게 추가적인 대출을 지원한다거나 약간의 자금지원만으로 재기가 가능한 서민에게 무리하게 복지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민들 개개인이 처한 상황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진단에 맞는 처방을 내린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과거 정부는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이른바 지역밀착형 서민금융기관을 정책적으로 육성한 바 있다. 속단하기에는 이르지만 현재 이들 서민금융기관들이 당초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단순히 금융지원만 늘린다고 해서 저신용·저소득층의 소득이 증대되거나 신용이 회복되지는 않는다. 금융에서 소외된 서민들이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단지 자금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따라서 서민금융은 금전적 지원 외에도 컨설팅 등 비금융 지원도 지속해서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들의 사정을 깊이 이해하고 자활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관계형 금융'이 수반돼야 한다.
재기노력 지원 중장기정책 수립을
관계형 금융은 이른바 '숟가락 금융'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서민금융을 이용하는 서민들 한 명 한 명의 속사정까지 훤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관계형 금융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일반금융에서 계량화하지 못하는 자활에 대한 의지와 가능성 등도 들여다봐야 한다. 관계형 금융 전문가도 육성해나가야 한다. 결국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대증요법보다는 원인요법에 치중하는 방식이다. 원초적으로 실적의 대량 양산이 어려운 구조다.
서민금융은 양적 확장보다는 자활·재기 성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제는 서민금융의 정책 패러다임을 자활 노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서민금융정책은 단기간의 가시적 성과를 목표로 둬서는 안 된다. 정량적 수치는 목표가 아닌 결과일 뿐이어야 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는 장기적 안목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