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에도 상생 '봄기운'

STX에너지등 이어 대한항공 노조도 임금교섭권 사측에 위임

노동운동에도 상생 '봄기운' STX에너지등 이어 대한항공 노조도 임금교섭권 사측에 위임 대기업 노조들이 올들어 임협 및 단체협상을 잇따라 회사측에 백지위임하고 있다. 노사 모두 소모적인 갈등을 피하고 상생을 길을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이종희 사장과 이대규 노조위원장은 20일 창사 이후 처음으로 임금교섭 권한을 회사측에 일임하는 '상생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대한항공 노조는 "고유가로 비상경영이 불가피한 상황을 고려해 임금교섭을 조건 없이 회사에 일임함으로써 위기극복에 동참하고 상생의 정신에 입각한 한단계 높은 성숙한 노사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종희 사장은 "회사 사정이 어려운 시기에 노조가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준 데 대해 감사한다"며 "위기를 극복해 반드시 세계 항공시장을 선도하는 회사로 발전시켜나가겠다"고 화답했다. E1(옛 LG칼텍스가스) 노조도 이날 '올해 단체협약에 관한 모든 사항을 회사에 일임한다'는 내용의 위임장을 회사측에 전달했다. 대기업 노조가 임금협상이 아닌 단체협약을 회사측에 위임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지난 3월 유니온스틸 이후 2번째로 일궈낸 성과다. 업계에서는 ㈜E1의 단체협약 위임이 현재 임단협을 진행 중인 LS그룹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STX에너지ㆍSTX엔파코ㆍ동국제강ㆍ유니온스틸ㆍLG전자ㆍGS칼텍스ㆍ대우건설 노조 등이 올해 근로자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임금인상 문제를 회사측에 일괄 위임했으며 특히 지난해 창사 이후 최대인 2조240억원의 이익을 낸 하이닉스반도체 노조까지 임금교섭권을 회사에 맡겼다. 무분규 기록을 새로 쓰고 있는 기업도 늘었다. 지난 94년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 상생의 노사문화의 물꼬를 텄던 동국제강이 올해로 무분규 11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비롯해 E1은 10년째, 유니온스틸은 12년째 '무교섭 임단협 타결' 기록을 유지해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노사 모두 '투쟁의 소득'보다는 '상생의 열매'가 더 크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며 "최근 유가급등ㆍ환율불안 등으로 기업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되는 데 대한 노사 양측의 자각도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했다. 지난해 LG칼텍스정유의 파업, 올 1월 터진 기아자동차 채용비리 사건, 2월의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폭력사태 등으로 상처를 받은 노동계로서는 갈수록 여론과 주변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입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도 가세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성진 기자 hnsj@sed.co.kr 입력시간 : 2005-04-2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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