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전방위로 펼쳐지는 위앤화 평가절상 압력을 피해가기 위해 복수통화 바스켓 시스템 도입을 시사하는 등 시간 벌기에 나섰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은 3일 “중국은 점진적으로 변동환율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고용시장에 주는 갑작스러운 위앤화 평가절상은 반대한다”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중국은 달러화를 포함한 주요국 통화에 위앤화를 연동시키는 복수통화 바스켓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수통화 바스켓 시스템이란 2개 이상의 주요 교역국 통화가치와 국내 물가상승률을 감안, 환율을 결정하는 제도다.
하지만 중국의 이 같은 입장은 국제사회의 위앤화 평가절상 압력을 피하기 위한 시간 벌기 차원이며, 중국이 빠른 시일내 변동환율제 도입을 결정할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으로 대부분 경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 인민은행 대변인은 2일 “우리는 당분간 위앤화 환율을 현재 수준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저우 총재도 통화 바스켓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음에도 불구, 3일 위앤화 저평가를 문제 삼는 것은 이른 감이 있으며, 고정 환율제 폐지에 대한 국제적 합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고정환율제가 폐지된다 하더라도 미국은 중국에 대해 무역적자를 지속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존 스노 미 재무장관 역시 위앤화 평가절상과 관련해 미 제조업계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시인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스노 장관은 이날 “중국이 환율 변동성을 확대해 나간다는 장기목표를 확인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중국이 변동환율제로 가는 시간표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 그런 애기를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편 이 같은 상황 전개속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일부 회원국들은 타이 푸켓에서 4일부터 5일까지 열리는 재무장관 회담에서 변동환율 시스템 채택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추진하는 등 중국에 대한 압력 수위를 갈수록 높일 것으로 예상돼 중국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구영기자, 베이징=고진갑특파원 gy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