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0ㆍ29부동산종합대책`발표 이후 토지공개념 도입여부가 국정의 뜨거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부동산제도에는 이미 `토지공개념`이 도입돼 실행되고 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시장원리보다는 정책적 의지에 좌우돼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부동산시장 불안은 `시장의 실패`가 아닌 `정책의 실패`에 따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같은 오류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선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도시개발과 주택공급정책이 확보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설산업연구소 김현아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효율적으로 택지와 주택공급 계획을 수립해왔다면 지금과 같은 주택시장 과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보다 정확한 개발수요와 주택수요 예측을 통해 도시를 체계적으로 개발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계획적 개발 위한 기초자료 마련 시급= 문제는 체계적인 도시개발정책을 위한 기초 통계자료가 없다는 점이다.
당장의 현안인 주택문제만 해도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는 물론 최근 부동산대책마련을 주도한 재정경제부에서도 정확한 주택거래동향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 세부적인 주택거래자료가 없다 보니 주택규모별 수요예측과 같은 정밀한 정책마련이 어렵다. 현재로선 겨우 주택보급률과 같은 총량적인 통계만이 가능할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정책도 주먹구구식이다. 정부가 최근 수도권 과밀권역내 재건축아파트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형평형건립 의무비율 확대적용`조치만 해도 중대형평형 이상 아파트 공급을 위축시켜 주택시장 불안을 재연시킬 우려를 안고 있다.
`10ㆍ29 종합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발표된 뉴타운 12~13곳 추가개발 조치도 마찬가지다. 이 대책은 단순히 2010년까지 뉴타운 추가개발을 통해 20만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총량적 접근만을 하고 있을 뿐 어떤 근거로 20만가구를 산출한 것인지, 또 어떤 비율로 평형별 주택을 공급할 것인지 등과 같은 청사진이 전혀 없다. 단순히 분당ㆍ일산 등 기존 수도권 신도시를 통해 공급했던 주택물량이 20만가구에 달하므로 이번에도 비슷한 물량을 내놓으면 주택공급난이 풀리지 않겠느냐는 식이다.
건교부 최재덕 차관은 “상세한 주택관련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앞으로 자료를 충실히 축적해 통계 미흡에 따른 주택정책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방침이다”고 말했다.
택지개발지구 개발도 마찬가지다. 지역별 택지수요예측이 정확하지 않다 보니 지방에선 공급과잉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반면, 수도권 등에선 공급이 모자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관련 기초자료 마련부터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한 행정력과 예산마련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재정경제부와 건교부 등 관련부처가 공동으로 종합적이고 정밀한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언이다.
◇도시개발 방식 적극 활용 필요= 이와 함께 병행돼야 하는 것은 민간개발보다는 공영개발을 유도하는 것이다. 스웨덴ㆍ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들은 중앙 및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개발지를 확보해 공영개발로 주택을 공급한다. 이는 난개발도 막을 수 있고 체계적인 주택과 택지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물론 국내 사정은 이들 국가와 다른 것이 사실이다. 국가재정이 부족하고, 특히 수도권의 경우 토지가격이 너무 높아 정부가 개발용 토지를 충분히 확보하기 힘들다. 그만큼 공영개발방식으로 개발용지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도시개발법을 통해 제도적 근거가 마련된 도시개발사업방식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 같은 사업방식은 재개발 등 민간주택사업이 혼재된 기존 도심지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민자를 활용하면서도 재발절차는 민영개발이 아닌 공영개발에 준하는 방식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조판기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