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가 일제히 대규모 할인과 경품을 내걸고 소비자 지갑 열기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1,000여개 상품을 최대 절반까지 깎아주는 '땡스 위크' 행사를 진행한다. 땡스 위크는 롯데마트가 지난해 12월 처음 선보인 할인특가전이다. 매년 연말에 미국 유통업체가 총출동해 대규모 할인행사를 여는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을 본떠 기획했다.
이번 땡스 위크에는 삼겹살, 보양식, 잡곡 등 주요 먹거리와 생필품을 절반 가격에 판매한다. 멕시코산 냉장 삼겹살은 최저가인 100g당 1,290원에 내놓고 400톤의 물량을 확보한 잡곡은 찰현미와 찹쌀, 현미를 각각 1만원(3.8kg)에 선보인다. 사실상 땡처리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해 고객의 지갑을 열어보겠다는 전략이다.
가전제품도 파격가에 내놓는다. 전국 롯데마트 점포의 가전매장을 하이마트로 전환한 것에 맞춰 초고화질(UHTV), 에어컨, 제습기 등을 구입하면 최대 50만원의 현금을 돌려주는 캐시백 이벤트를 마련했다. 기존 7월 말에 실시하던 야간할인도 한 달 앞당겨 8월 말까지 오후 9시 이후에 매장을 방문하면 주요 생필품을 반값에 구입할 수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연말 처음으로 선보였던 땡스 위크를 올 연말에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매출이 급감하고 월드컵 특수도 기대치를 밑돌자 올 상반기와 하반기로 일정을 변경했다. 지난해 진행한 땡스 위크에서는 생필품 매출이 97% 증가했고 6개월 동안 롯데마트를 방문한 적이 없는 고객도 10%가 늘어나는 등 쏠쏠한 재미를 봤다. 롯데마트는 땡스 위크가 끝나면 곧바로 '통큰 세일' 행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롯데마트의 선제 공격에 이마트와 홈플러스도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예상치 못한 대규모 할인행사여서 이를 만회하기 위한 반전의 카드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아직 대규모 할인행사를 준비하고 있지 않지만 상황을 지켜본 뒤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며 "5월 황금연휴 특수 이후 뚜렷하게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않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백화점업계는 2012년에 이어 3년째 여름 정기세일 기간을 한 달로 늘려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각오다. '스테디셀러 여름 상품전'(롯데), '아웃도어 패션 종합전'(신세계), '세계 패션 란제리 대전'(현대) 등 백화점 3사는 정기세일 초반에 특가전을 몰아넣었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구매 고객 중 1명을 추첨해 구매 금액의 1,000배를 백화점 상품권으로 돌려주기로 했는데 반환한도가 10억원에 달한다. 같은 방식으로 2등 2명에게는 최대 1억원, 3등 3명에게는 1,000만원의 경품을 증정하고 4등 100명에게는 100만원 한도에서 쇼핑금액 전액을 돌려주기로 했다. 롯데백화점이 수억원대의 고가 경품을 내건 것은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내수침체가 극에 달했던 2009년 이후 5년 만이다.
또 하이마트는 쇼핑몰에서 LED TV와 태블릿 PC, 생활·주방가전 등 100여 종을 선착순 할인판매하는 '대박딜' 행사를 열고, 오픈마켓인 G마켓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물놀이용품, 여름 의류·침구 등을 대상으로 최대 69%를 깎아주는 특가 행사를 펼친다.
유통가가 출혈 경쟁을 마다하고 폭탄 세일에 나서는 것은 좀처럼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5월까지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2.8% 줄었다. 5월 황금연휴 특수를 제외하면 4.1% 역성장이다. 백화점도 세월호 참사 이후 매출이 소폭 늘었지만 올해 누적 실적에서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는 "고착화된 내수경기 침체와 세월호 참사라는 악재를 만나 유통업계는 외환위기 이래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며 "위축된 소비심리를 타개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대규모 할인행사를 내놨지만 단기간에 반전을 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