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콘, 애플·델에 "납품가 올려달라"

임금 인상으로 원가부담 늘어… 타업체 확산 우려

세계 최대 전자제품 하청업체인 팍스콘이 "근로자 임금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늘어났다며 애플 등 고객업체들에게 납품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중국 현지언론에 따르면 사무엘친 팍스콘 회장은 지난 8일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달 안에 고객 업체들과 납품가격 인상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며 "(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상승분이 제품 가격에 최대한 반영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팍스콘이 공개적으로 납품 단가 인상을 요구하자 애플, 델 등 주요 PC업체들은 수익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정보기술(IT) 제품의 경우 기술발전에 따라 가격이 떨어지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갑자기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마케팅 차원에서 위험 요인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가격 인상 요구가 팍스콘 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로 확산될 것으로 우려되기도 한다. 한 IT업체의 관계자는 "팍스콘의 단가 인상 요구는 다른 아웃소싱 업체들에게 영향을 미쳐 연쇄적으로 납품 단가 인상 요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상당수 아웃소싱업체들이 올들어 근로자 임금을 인상하는 바람에 상당한 비용 상승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상하이 송지앙 공장에서 애플, 델의 랩탑 컴퓨터를 생산하고 있는 대만계 기업인 콴타 컴퓨터는 지난 1ㆍ4분기 근로자 임금을 15% 인상했다. 장쑤성에 공장을 갖고있는 한 전자제품 하청업체 관계자는 "지난 1ㆍ4분기에 이미 임금을 20~25% 인상했다"며 "선두기업인 팍스콘이 최근 큰 폭의 임금 인상을 발표하자 다른 아웃소싱업체들의 임금 상승 압력도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팍스콘은 최근 10명의 근로자들이 연쇄 자살한 것을 계기로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 구조 때문이라는 거센 비판에 시달리자 임금을 큰 폭으로 올렸다. 팍스콘은 지난주 두 차례에 걸쳐 근로자 임금을 기존보다 2배 가량 올린 월 2000위안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선전공장에 40만명을 포함해 중국 전역에 80만명의 근로자를 거느리고 있는 대만계 기업인 팍스콘은 애플, 델, 휼렛 패커드, 소니, 닌텐도 등 세계 유수 컴퓨터ㆍ전자업체로부터 주문을 받아 IT기기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하청생산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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