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이 살아 돌아 온다면… "에이즈 습격은 진화론의 증거"

진화하는 진화론 / 스티브존스지음, 김영사펴냄
英유전학자가 최근 연구성과 담아 '종의 기원' 재구성
HIV 자연선택·변이등 다윈시대 없던 기법 동원해 설명



2005년 미국 펜실베니아주에서 진화론과 창조론에 대한 해묵은 논쟁이 법정을 통해 벌어지면서 사회적인 쟁점으로 불거졌다. 1987년 미 연방법원은 공립 학교에서 창조론을 가르치는 것을 금지시켰으나, 창조론을 대변하는 ‘지적 설계론’이 1990년대에 대두되면서 급기야 학교에서 창조론을 교육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 결국 진화론과 창조론의 교육 여부를 법으로 판가름하게 된 것이 사건의 요지다. 다윈이 ‘종의 기원’(1859)을 출간해 진화이론이라는 놀라운 업적을 남겼지만 과학계의 혁혁한 공헌일 뿐 전통주의자들과 종교계에서는 세상을 뒤집으려는 지적 테러분자로 여겼다. 4년째 법적공방을 벌이고 있는 이 사건은 140여년 동안 진화론과 창조론에 대한 논쟁은 아직도 식지 않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좋은 사례로 꼽힌다. 과학과 종교가 진화론과 창조론으로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다윈의 역작 ‘종의 기원’을 유전학에 근거해 재구성한 책이 출간됐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유전학과 교수인 스티브 존스가 ‘종의 기원’의 원전을 따라가면서 다윈의 과학과 사상을 풀어낸다. 그는 서문에서 “미국인 중 1억 명이 ‘지난 1만년 동안 어느 때의 신이 현재의 모습과 거의 같은 인간을 창조했다’고 믿는 오랜 전통을 그대로 따랐다”며 “그러나 창조론 운동은 미국의 많은 지역을 지배하는 의기양양한 새로운 무지(無知)의 일부이며 신앙을 핑계로 진실을 부정하는 것은 과학과 종교 양자의 품위를 떨어뜨릴 뿐”라며 비판했다. 그는 AIDS(후천성 면역결핍증)를 진화론의 증거로 들었다. 침팬치에서 발견됐던 HIV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하면서 인간에게 신종 바이러스를 퍼뜨린 것이 바로 진화론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변이 과정에는 ‘종의 기원’의 전체적인 논의가 담겨있다”며 “바이러스들이 변이를 하고 때로는 협력해 저항을 늘리면서 생존 경쟁을 하고 또 새로운 생명 유형을 만들어 내는 자연 선택이 그것이다”고 지적한다. 존스 박사는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이어받아 최근의 연구성과를 새로 넣은 최신판을 만들어낸다는 심정으로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책의 목차도 ‘종의 기원’을 따르고 있으며, 일부 책 내용은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책은 AIDS바이러스가 어떻게 자연 선택됐으며, 어떤 패턴으로 전 세계에 확산됐는지를 다루며, 다윈 시대에 없었던 계통 분류학적 기법을 동원해 변이들 간의 친족관계를 밝힌다. 대중을 위한 책으로 나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썼다는 평을 얻고 있는 ‘종의 기원’에 누라도 끼칠까 저자는 인간이 동물을 사유하고 지배하면서 변종이 생기는 경우와 변이 그리고 잡종 등의 생물학적 전문지식을 쉬운 사례를 들어 재미있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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