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산책] 탄생전 최고의 선물, 태교

임신(姙娠)과 출산(出産). 참으로 숭고하고 경이로운 일이다. 인류는 수만년 동안 여성의 몸을 빌려 생명을 계승하고 역사를 창조해왔다. 훌륭한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것은 여성에게 주어진 특별한 축복이라 할 수 있다. 태교(胎敎)란 아기를 밴 여자가 언어ㆍ행동을 삼가고 조심해 태아(胎兒)에게 감화(感化)를 주는 일이라 했다. 기록에 보면 태교는 아주 옛날에 나라에서 직접 관장을 했다 한다. 태교는 태중교육(胎中敎育)의 준말로 태중의 아기를 교육한다는 뜻이다. 생명 잉태·출산은 여성의 축복 임신 중에 태아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태아를 건강하게 보살피기 위한 아름다운 환경의 조성이다. 엄마와 태아가 일심동체의 사랑을 교류하고 아름다운 모정의 역사를 시작하는 첫 교육의 장소인 것이다. 물론 실질적인 교육은 자신이 해야 할 몫이지만 임신부 혼자만의 힘으로 전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남편과 가족이 협력함으로써 더욱 바람직한 태교가 될 수 있다. 서양에서는 태어난 아기를 0세로 보는 데 반해 동양문화권에서는 태어난 아기를 한 살로 여기고 있으며 이는 신생아에 대한 동ㆍ서양의 엄청난 개념의 차이에서 온 결과이다. 인생의 출발점을 수태 시점과 출생 시점으로 나눌 때 동양에서는 수태 시점을 인생의 출발점으로 여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태반은 임신 후 3~4개월 걸려 완성되며 수정란의 영양배엽(營養胚葉)세포와 자궁내막의 조합(組合)으로 형성되는 조직이다. 여기에서 뻗어난 탯줄은 모체로부터 태아에게 영양분을 공급함은 물론, 태아의 노폐물을 모체를 통해 배출하는 일도 담당한다. 그뿐 아니라 엄마의 감정까지도 아기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엄마의 감정이 손상되면 부신(副腎)에서 ‘아드레날린’이라는 독소가 생성되며, 반대로 엄마가 행복한 기분에 잠겨 있으면 엄마의 뇌에서 ‘엔도르핀’이라는 일종의 호르몬이 샘솟아 그것이 태반을 통해서 태아에게 전달된다. 이것이 태아의 뇌에 좋은 자극이 돼 뇌의 발달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엄마의 자궁은 태아를 둘러싼 환경의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궁은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이요, 편안하게 재워주는 침대요, 발육을 촉진하는 운동장이요, 때로는 여행도 시켜주는 수레요, 태아에게는 모든 가능성의 온상(溫床)이다. 태아는 환경을 극복할 힘이 전혀 없는 무방비 상태의 존재이므로 모든 것을 엄마에게 의존한다. 교육은 본래 환경의 힘으로 하는 것이니 환경을 가장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태아기에 최선의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아기의 발달을 꾀하는 노력은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몸과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교육적 투자를 하자는 것이 태교의 정신이다. 요즘은 아이 돌잔치하는 경비가 대학 등록금만큼 든다고 난리법석이다. 아기의 다재다복(多才多福)을 기원하고 아기가 집는 돌상의 물건으로 장래를 점치기도 한다.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보내는 뒷바라지만이 교육적 투자가 아니다. 그때는 기간도 20년 정도가 걸리고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커서 투자하고 싶어도 다 못하는 경우가 많겠으나 태교는 하고자 하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출생후 교육보다 훨씬 효과 커 260여일 동안 남편과 가족의 협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경제적 부담도 없이 엄마의 순수한 마음으로만 아기를 정성껏 돌보는 일이다. 이 동안의 투자와 정성으로 훌륭한 아기를 낳아 기를 수 있다면 빈부귀천(貧富貴賤)을 막론하고 누구든 해볼 만한 일이지 않는가. 그리고 그 효과는 출생 후의 교육 효과보다 훨씬 크다. 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은 450년 전에 이미 태교의 중요성을 깨닫고 정성껏 태교를 실천하신 분이다. 또한 태교에 못지않은 훌륭한 자녀 교육으로 매창ㆍ율곡을 포함한 7남매를 모두 훌륭하게 키워냈다. 오늘날 사임당의 삶의 자세와 태교의 정신은 앞으로 현대 여성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