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은 없다… 종교는 허상일 뿐"

만들어진 신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영사 펴냄
"생명체 설계한 창조자는또누가 만들었나"
논리학·물리학·진화론으로 '창조론' 반박




1976년 과학서적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의 행동은 자기와 비슷한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려는 이기적 유전자들의 발현"이라는 주장을 내세워 학계를 충격에 빠뜨린 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신은 존재하지 않고, 종교는 허상이다"는 주장을 담은 책을 들고 돌아온 품새가 심상찮다. 이번에 발간된 책은 그의 전작 '눈 먼 시계공'에서 내세운 창조론의 허점과 진화론의 논거를 보완한 것. 책의 원제 'The God delusion'(신에 대한 망상)에서 보듯이 신을 믿는 사람들의 주장을 논리학ㆍ물리학ㆍ진화생물학적 증거를 들며 반박했다. 저자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를 '통계적 비개연성'을 들어 설명한다. 복잡하고 섬세한 생명체를 만들어 낸 것이 창조자의 설계라면 창조자를 만든 건 또 누구인가? 필연이라면 창조자를 만든 또 다른 누군가가 있을 테고, 우연이라면 전지전능한 창조자가 어딘가에서 뚝 떨어졌다는 논리가 된다. 저자는 "우연과 필연 어느 쪽이든 진정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며 "가장 유효한 대답은 자연선택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일어나기 희박한 일이 연속해서 쌓이면 비개연적 산물이 발생한다는 것. 여기서 그는 '불가능한 산 오르기'라는 우화를 제시한다. 산의 한 쪽 면은 깎아지른 절벽이어서 결코 오르지 못할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면은 평평해서 비록 수천 억년이 걸릴지라도 결국에는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는 내용이다. 태초에 생물체가 발생한 것이 등반이 불가능해 보이는 산의 완만한 면을 조금씩 오르는 일처럼 비개연성의 누적으로 인해 가능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 그는 "창조론자들은 산의 절벽 면만 쳐다보면서 신이 아니면 누가 이토록 정교한 생명체를 만들 수 있냐고 주장한다"며 "'모 아니면 도'식의 사고를 벗어나 중간단계를 상상해보라"고 주문한다. 일개 미물이 완만한 산을 오르는 수천 억년의 세월 동안 조금씩 진화하면서 결국 복잡하고 섬세한 생명체가 돼 정상에 섰다는 것이 그의 이론이다. 종교의 효과에 대해서도 과학적 증거를 내세우며 반론을 제시한다. 2006년 미국 심장학회지의 발표에 따르면 타인의 건강을 기원하는 기도가 효과가 전혀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수술을 앞 둔 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의 환자들에게만 기도를 올렸으나 수술 뒤 두 그룹에서 수술 성공률의 차이가 없었던 것. 오히려 자신이 기도의 혜택을 받았다는 사실을 안 환자들에게서 스트레스로 인한 합병증이 많이 발견됐다. 저자는 신을 만난 열성적 신자들의 체험도 과학적으로 비판한다. 우리 눈과 뇌의 매커니즘 때문에 환시와 강림 현상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래도 종교가 인간사회의 타락을 막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지 않느냐는 유용론에 대해서는 게임이론과 그의 전공이라 할 수 있는 '유전자' 이론을 통해 반박한다. 게임이론의 하나인 '팃 포 탯'의 주장처럼 관대하고 친절하다는 평판을 얻음으로써 결국 자신에게 이익이 돌아올 수 있다는 점, 생물학자들의 주장처럼 이타적 유전자들이 존재해 관대함과 자비를 보여준다는 점 등을 들며 그는 종교가 없어도 인간의 윤리성은 타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저런 시류(時流)로 종교 문제가 새삼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시점인 터라 더욱 눈길이 가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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