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현대 강판 분쟁

포철-현대 강판 분쟁 辛산자 "중재 의사"… 해결 쉽진않을듯 "포항제철은 자동차 강판에 쓰이는 핫코일을 공급해야 한다."(17일 현대강관) "철강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중재에 나설 용의가 있다."(18일 오전 신국환 산자부장관) "냉연부문 공급 과잉해소를 위한 산자부의 중재에는 응하겠지만 현대강관에 핫코일을 공급할 수는 없다."(18일 포항제철) '철강분쟁'과 관련, 현대강관과 포철이 17ㆍ18일 잇따라 내놓은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18일 신국환 산자부 장관이 중재를 선언, 결과가 주목된다. ◇분쟁의 핵심과 현대 입장=분쟁의 핵심은 현대강관을 가동하기 위한 소재(핫코일) 공급문제. 99년 본격 가동에 나선 현대강관 율촌공장은 연산 180만톤 규모. 이 가운데 자동차용 설비가 120만톤이다.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현대는 일본 가와사키와 제휴, 연간 50만톤의 핫코일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풀가동을 위해서는 70만톤이 부족하다. 현대는 풀 가동을 못할 경우 1조5,000억원의 투자비 회수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따라서 소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고, 포철에 대해 이를 공급해 달라고 요청하고 나선 것. 현대는 "동국제강 등 다른 업체에는 제공하면서 현대만 배제하는 것은 독점기업의 횡포"라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현대는 포철로부터 연간 100만톤 가량 조달하던 강판을 올해는 50만톤으로 줄이겠다고 포철에 통보했다. ◇포철의 입장=18일 유병창 포철 상무는 태평로빌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쟁업체인 현대강관에 강판용 핫코일을 공급할 수는 없다"며 "25년간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력의 결정체를 경쟁자에게 넘겨줄 수 없다"고 말했다. 유 상무는 "현대의 핫코일 공급 요청은 포철이 고부가가치 제품인 자동차용 강판 생산은 포기하고 경쟁자의 원료 공급업체로 전락하라는 주장"이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유 상무는 "전세계 어느 곳에도 자동차 회사가 자동차 강판을 자체 조달하는 경우는 없다"며 "자동차 강판용 고급 핫코일은 동부제강이나 연합철강에도 공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포철은 "자동차 강판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 철강업체들이 미래형 고수익 제품으로 사활을 걸고 기술개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재나선 신 장관=포철과 현대의 갈등에 대해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이 직접 중재에 나설 뜻을 비쳤다. 신 장관은 이날 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생산성본부 주최 조찬강연회에 참석한 뒤 "포철과 현대측의 철강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중재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신 장관은 "현재 산자부에서 양측과 접촉하며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실무진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직접 양측 경영진을 만나 타협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해결책 없나=포철쪽 주장을 요약하면 완제품(자동차 강판)은 현대ㆍ기아차에 공급할 수 있지만 소재인 핫코일을 현대강관에 공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는 포철의 독점적 횡보에 따라 냉연강판을 생산하게 됐다는 것이며, 포철이 핫코일을 공급해도 자동차용 냉연강판은 공급과잉아 아니라는 입장이다. 여기서 현대가 포철로부터 자동차 강판 구입을 줄이려면 핫코일을 수입해 현대강관을 돌리고 여기서 만들어진 강판을 현대ㆍ기아차에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포철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비용ㆍ품질면에서 적잖은 추가부담을 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최선책은 포철로부터 자재를 공급받는 것이다. ◇쉽잖은 묘수찾기=정부와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두 회사가 동시에 자동차 강판을 돌리면 철강부문(핫코일) 수입규모는 늘어나고, 국내 냉연시장 공급 과잉은 더욱 심화된다는 것. 이 과정에서 국민부담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 강관과 연합철강의 합병론이 제기된다. 두 회사를 합쳐 냉연 설비를 줄이자는 것. 그러나 이 경우 현대가 자동차 강판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는 것으로 현대는 이를 독점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포철의 논리로 단정하고 있다. 결국 현재로서는 두 회사가 '수용불가'를 천명하고 있지만 포철이 핫코일을 공급하거나 현대가 강판사업에서 철수하는 방안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양측 최고경영자의 감정해소, 냉연강판 공급과잉 해소 등 민감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 산자부가 펼 중재에서 '묘수찾기'가 어렵다는 지적은 여기서 나온다. 권구찬기자 강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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