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하게 그려낸 파리풍경

정경자 '봄의 소리' 개인전

“오랜 외국생활 끝에 고국에 돌아온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지난 94년 귀국초대전, 95년 유니세프 기금마련 판화전을 가진 이후 줄곧 양평에서 지냈습니다. 자연스럽게 오랫동안 그리웠던 내 나라의 산하, 자연과 인정, 풍물이 작업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귀국 10년만에 16일부터 학고재서 개인전 ‘봄의 소리’를 갖는 서양화가 정경자씨의 일성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가져야 했던 이유에 대해 그는 “5년 넘게 암투병을 했다”며 “왜 이리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늘 그림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우느냐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그는 우리 화단에 잘 알려진 작가는 아니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서 고등학교를 마친 후 일본으로 건너갔고 그는 파리와 일본을 오가며 작업을 했다. 이번 전시는 파리시절 낭만적인 그림들과 90년대 중반 방영된 드라마 ‘컬러’를 위해 제작한 같은 이름의 연작그림, 그리고 자연에 몰두한 양평시대의 근작들 60여점이 고루 출품된다. 이전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 가운데 ‘풍경’ ‘몽마르트의 봄’ ‘골목’ ‘회상’ 등에서 작가가 얼마나 파리를 사랑하는지를 알 수 있다. 멀리 사크르 쾨흐 성당이 보이는 파리의 거리 풍경을 갖가지 원색으로 청명하게 우려내 인생의 아름다운 한때를 낭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야수파의 자유롭게 해방된 색과 뒤피의 음악적 회화성, 샤갈의 몽환적 낭만성 같은 것이 그림들에서 두루 퍼져 나온다. ‘컬러’ 연작 및 현재 거주하는 1,000평이 넘는 양평작업실과 주변 일대의 풍경을 다소 추상적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이다. ‘컬러’연작은 90년대 중반 방영된 같은 이름의 방송드라마를 위한 타이틀인데, 빨강 파랑 등 개별적인 색채를 중심으로 한 서정적인 구성이 주를 이룬다. 전시는 29일까지 계속된다. (02)739-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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