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권 중 유일하게 '흡연 무법지대'로 남아있던 여의도 일대에 금연 적색경보가 울려 퍼지고 있다. 여의도역 주변에 금연구역 지정을 알리는 커다란 플래카드가 걸리더니 이제는 담배에 적색 사선을 그은 섬뜩한 깃발까지 대로변에 나부끼고 있다. 건물 내부 흡연 금지로 가뜩이나 갈 곳 없는 여의도 애연가들은 조만간 흡연 구역을 찾아 유랑을 시작해야 할 지경이다.
2일 영등포구 보건소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부터 금융감독원→한화투자증권→여의도역→여의나루역까지 이어지는 여의도 일대 대로변이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다. 이 일대는 가뜩이나 유동인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길을 가면서 담배를 피우거나 무리지어 흡연하는 사람이 많아 간접흡연 피해를 호소하는 수많은 민원이 제기됐던 곳이다.
이번 금연구역 지정으로 여의도 애연가들의 입지는 더욱 쪼그라들 듯하다. 지난 2012년 국민건강증진법 개정 시행으로 연면적 1,000㎡ 이상인 건물 내 실내 흡연이 전면 금지된 데 이어 금연의 칼날이 길거리에까지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화투자증권 일대 애연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투자증권 건물 좌측 대로변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담배 연기를 뿜어대는 여의도 증권맨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지역을 즐겨 찾던 흡연자들은 다음 달부터는 새로운 둥지를 찾아야 한다.
한화투자증권의 한 직원은 "여기마저 금지되면 이 근방에서 흡연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장소는 신한금융투자와 SK증권 사이길인 증권타운 뿐이다"라며 "다만 증권타운 쪽으로 흡연자들이 죄다 몰릴 것 같아 그 부분이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증권타운 쪽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금연 구역이 추가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구 보건소 관계자는 "올해는 큰 대로변 위주로 금연구역 지정을 마무리 짓고 내년부터 범위를 더욱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현재 지역 주민들의 흡연 관련 민원이 가장 빗발치고 있는 증권타운 일대가 내년에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