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스씨, 지난 10일간의 체류 일정을 끝내고 어머니의 나라 한국을 떠난다는 소식을 접하고 새삼 미식축구의 영웅으로서 당신이 그 10일 동안 우리에게 보여준 많은 것들을 되새기고자 당신에게 몇 자 적어봅니다.
당신이 1976년에 태어난 이곳을 다시 찾아오게 되기까지 30여년의 세월 동안 한국은 참 많이 변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GNI)은 818달러에서 1만6,291달러로 무려 20배 가까이 증가했고 아시아의 조용한 변방에서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1위의 경제대국, 다이내믹 코리아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빠른 시간 동안 많은 것을 이루면서 우리는 화려한 외양만을 중요시한 채 내달려 왔습니다. 자신들은 입양을 꺼리는 나머지 매년 2,000여명의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내면서도 순혈주의로 포장되고 단일 민족주의에 심취된 우리는 일체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았기에 혼혈인ㆍ장애인 등 많은 소외된 우리를 만들었고 또 외면해왔습니다.
‘사람을 볼 때 피부색이 아닌 마음을 봐라’ ‘부끄러운 것은 혼혈이 아니라 차별이다’ 등등. 당신의 쏟아지는 명언이 우리의 편협한 눈을 더 크게 뜨도록 했고 닫힌 가슴을 열어 모든 것의 실체는 외양이 아닌 내면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저 또한 대한민국의 첨단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위치에서 그동안 각종 사업수행시 소외되고 잊혀졌던 우리 안의 다른 우리들에게 지원의 문을 더 크게 열어 젖힐 생각도 들게 합니다.
당신의 방한이 그동안 미국 등 다인종사회(Melting Pot)의 응집력을 경시하면서 순혈의 단일민족을 자랑스럽게 표현했던 교과서 내용을 바꾸고 정부도 국제결혼가정에 대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서두르는 등 혼혈인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신도 한국을 위해서 펄벅재단과 논의를 거쳐 혼혈아동을 위한 재단 ‘헬핑핸즈’를 만든다고 하니 우리 얼굴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당신으로 인해 가능했던 우리 사회의 다양성에 대한 정책적ㆍ사회적 관심이 이번만은 반짝 관심으로 끝나는 냄비현상 중의 하나로 끝나지 않길 기원합니다. 왜냐하면 당신으로 인해 우리는 또 다른 우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배우기 시작했고 그 관심과 사랑만이 한국사회의 수많은 병들을 치유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떠나시면서 예기치 못한 열렬한 관심에 제주도를 포함해 가보고 싶은 곳을 다 가지 못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우리의 관심과 애정이 부담스럽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우리에게 일깨워준 준 큰 선물, 가슴 속에 잘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