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부(현 교육과학기술부) 국장급 간부 등이 산하기관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ㆍ과기평) 주요 간부들한테서 여러차례 성접대ㆍ향응을 받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등의 조사까지 받았지만 단 한 명도 징계나 수사의뢰를 받지 않았다고 한겨레가 6일 보도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과기평 비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전후 1년2개월 동안 과기평 이모 선임본부장(현 선임연구위원)과 정책기획본부장(현 정책위원) 등은 과기부의 남모 과학기술정책국장(현 한나라당 정책전문위원)과 강모 국장(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 파견ㆍ현 공주대 산학협력단 초빙교수 내정), 김모 과장(현 교과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건설추진단장) 등과 함께, 또는 자기들끼리 서울 서초동 ㅇ룸살롱을 30여 차례 드나들며 예산에서 횡령한 5,700여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한 차례 술값으로 200만~600만원을 썼으며 일부는 여종업원과 업소 위층에 있는 ㅍ호텔로 ‘2차’를 갔다.
이 본부장은 같은 해 여름 가족들과 강릉으로 휴가를 가면서 연구원을 휴가지로 불러 숙박비ㆍ식사비용 등을 기관 카드로 결제하도록 한 사실도 드러났다. 과기평은 국가의 연구개발(R&D) 사업 등을 심의하며 한해 400억원대 예산을 집행하는 과기부 산하단체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이들의 비위 행위를 교과부에 통보하면서 “이 전 본부장은 공금횡령 방조 및 부하 직원에 향응ㆍ성접대를 2차례 수수했고, 이 전 정책기획본부장 역시 향응을 받고 여러 차례 성매수를 했다”고 밝혔다. 이 전 본부장은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낸 진술서에 이같은 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
ㅇ룸살롱 김모 영업부장은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에서 “한 번 올 때마다 20만원짜리 양주 3~4병과 8만~9만원짜리 과일안주, 마른안주 1~2개를 주문하고 1명당 10만원인 접대여성을 1인당 1명씩 불렀다. 2차를 갈 경우 28만원의 추가 금액은 술값에 포함해서 받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횡령ㆍ성매수 혐의가 불거졌는데도 과기평의 비자금 관리자였던 오모 대외협력팀장만 수사를 받았고 감찰ㆍ징계도 지지부진했다.
2008년 경찰ㆍ검찰의 조사가 있었지만 오 팀장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고 벌금 1,000만원에 약식 기소됐다. 이듬해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성매매 사실 등을 재조사했지만 과기부 간부들은 징계를 받지 않았다. 과기평 오 팀장만 해임되고 본부장 2명은 각각 정직 6개월ㆍ3개월 처분을 받아 본부장에서 물러나 선임연구위원이 되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권력자에 밉보인 민간인인 김종익 전 NS한마음 대표를 불법 사찰ㆍ압수수색하고 대표직 사임을 강요하는 등 온갖 월권을 저지르며 끝까지 ‘단죄’에 나섰던 공직윤리지원관실도 해당 교과부 간부들을 징계하도록 통보했을 뿐이다.
이와 관련, 교과부는 “올 2월께 총리실의 통보를 받고 강모 국장의 징계를 중앙징계위원회에 넘겼으나 ‘징계 시효(3년)가 지났다’는 회신을 받았다. 3월 중순 인사 때 ‘사실상 징계’ 차원에서 대기발령을 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들이 쓴 돈은 과기평 오 팀장이 연구비ㆍ출장비를 허위로 정산하고 협력업체에 복사ㆍ인쇄비를 부풀려 지급한 뒤 되돌려받아 조성한 비자금으로 드러났다. 술값은 인쇄업자가 직접 ㅇ룸살롱 영업부장에게 전달하거나 비자금 관리 실무를 담당했던 계약직 직원 권모씨를 시켜 현금으로 건넸다. 권씨는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에서 “오 팀장이나 이 본부장이 수시로 외부인과 함께 (룸살롱을) 이용한 뒤 이튿날 ‘어제 술을 마셨으니 지배인한테 연락해서 처리하라’고 지시했다”며 “(외상값이 계속 쌓여) 갚아도 갚아도 끝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