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시장에 무자본 인수합병(M&A)의 후폭풍이 불고 있다.
신규자금으로 정상화를 시켜야 하는 부실기업을 돈 한푼 없이 인수한 후 회삿돈을 빼내는 머니게임이 성행하면서 부실기업이 다시 부실해지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채권단과 법원이 인수자금의 출처나 인수자의 경영능력보다는 매각대금과 결제조건 등을 기준으로 인수자를 정하기 때문”이라며 “부실하게 구조조정이 된 기업이 많아 인수자에 대한 철저한 확인 후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일 주식시장에서 한신공영 주가는 최용선 대표가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격제한폭까지 급락한 6,300원으로 마감했다. 이달 초 이희헌 남광토건 대표가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지 불과 몇 일이 지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두 회사는 모두 경영악화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가 새로운 인수자를 만난 기업이지만 이번 사건으로 다시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됐다.
구조조정 업계에서는 이들 사건이 예견됐던 수순의 결과라는 반응이다.
한신공영은 지난 2001년 11월 회사 정상화를 위한 유상증자에서 최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코암C&C개발이 510만주 등 최 대표와 관련된 회사가 33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에도 최대주주인 코암C&C개발이 자본금 10억원의 신설법인으로 인수자금의 출처나 경영능력에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코암C&C개발은 유상증자 일정을 두번이나 연기하는 혜택을 받았고 업계에서는 인수자금의 출처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남광토건도 2003년 7월 골든에셋플래닝이 697만주를 438억원에 인수하면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골든에셋플래닝은 횡령혐의로 구속된 이 대표가 만든 페이퍼컴퍼니로 자본금 3억원인 회사가 438억원의 남광토건을 인수한 것이다.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이 대표가 차입한 돈으로 남광토건을 인수한 후 회삿돈 300억원을 빼 돌리는 수법으로 차입금을 갚았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올초 구조조정을 거친 후 다시 부실해지는 기업이 많았다”며 “(이번 사례들처럼 무자본 M&A가 횡행할 수 있다면) 앞으로도 부실이 부실을 부르는 사례가 더욱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 대표는 “채권단과 법원이 자기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무조건 회사를 비싸게 팔면 된다는 생각 때문에 인수자의 자금능력이나 인수목적은 따지지 않는다”며 “K사ㆍS사 등 불명확한 인수자금으로 문제가 될 기업들이 한 둘이 아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