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제연대 창립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는 국내 비정부기구(NGO) 활동의 선도적 단체 중 하나인 경실련이 그동안 국내문제에 치중됐던 활동의 범위를 국제 차원으로 넓힐 것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이날 대회의 키워드는 '토빈'이었다. 강연과 세미나의 주제발표에서 이구동성으로 강조된 것이 토빈세(稅)의 도입이었다.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인 서경석 목사는 경실련 국제연대의 첫째 가는 활동과제로 토빈세의 도입을 제시했다. 토빈세 도입 선언한 NGO 제임스 토빈은 지난 3월11일 84세를 일기로 타계한 미국의 경제학자로 오랜 세월 예일대 교수로 봉직했고 81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토빈세는 토빈 교수가 72년 미국 프린스턴대학에서 행한 특별연설에서 제안된 개념이다. 주요 국가들간의 외환거래에 거래세를 부과해 투기자본의 이동에 제한을 가함으로써 외환ㆍ금융시장의 안정을 기한다는 것이 토빈세의 기본 개념이다. 또 세금수입의 일부를 UN이 관리하게 함으로써 세계의 빈곤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방안도 포함돼 있었다. 토빈 교수가 외환거래세를 주장할 당시는 자유화와 규제철폐가 시대의 대세였다. 새로운 세금의 부과는 거래를 줄이고 비용을 올려 시장을 왜곡한다는 주장이 더 강했다. 토빈세는 무시됐고 시대 역행적이라고 매도됐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96년 미국의 로버트 돌 상원의원은 이 법안에 대한 논의를 중단하도록 하자는 법안을 의회에 상정해 통과시킴으로써 논의 자체를 원천봉쇄시켰다. 미국의회가 토빈세를 생매장한 이듬해 동남아에서 시작된 외환위기는 우리나라를 거쳐 러시아 남미로 번져갔다.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신탁통치 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그후 토빈세가 국제 투기자본의 공격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으로 부각되면서 토빈의 선견지명은 새롭게 주목을 받게 됐다. 세금의 관리주체도 UN 외에 IMF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됐다. 99년 토빈 교수는 IMF체제 속에서 개최된 개도국 외채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대구라운드'에 특별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한가지 아이러니컬한 것은 반세계화 운동가들이 토빈세를 투쟁의 이론적 무기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토빈이 외환거래세 부과를 제안한 것은 자유무역을 확대시켜 그 혜택이 빈곤국에도 돌아가게 舅渼?것인데도 반세계화 그룹들은 자유무역을 저지하는 방편으로 토빈세를 이용하고 있다. 반세계화 세력들은 가난한 사람을 대변한다고 하지만 스스로 가난을 체험한 세대는 아니다. 그에 비해 토빈은 세계가 보호무역주의로 치달아 산업의 몰락을 가져온 30년대의 대공황기에 극심한 가난을 체험했다. 그때의 체험으로 인해 그는 인간이 잘살게 하는 방법을 배워야겠다는 결심으로 경제학을 선택했다고 술회한 바 있다. 경실련 국제연대는 시장의 인간화를 목표로 하지만 그 기초는 자유무역의 확대에 두고 있다. 토빈 교수가 추구했던 토빈세의 이상을 구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들을 모색하는 것도 앞으로 국제연대가 해야 할 과제다. 외자도입의 필요성이 상존하는 개도국의 현실을 감안해 들어오는 외자에는 면세하고 나가는 외자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그중의 하나다. IMF 5주년의 메시지 이 단체는 다보스바람(세계화)과 시애틀바람(반세계화)을 넘어 양자를 조화하는 '서울바람'을 일으키는 데 앞장설 것을 다짐하고 있다. 한국의 토빈 후예들이 설정한 목표는 가까운 장래에 실현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지만 약소국들에는 매우 절실한 것이다. 5년 전 오늘 IMF체제를 맞았던 한국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논설위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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