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서 이대 교수, "한중 문화 갈등 해결하려면 배타적 민족주의 벗어나야"

한중우호협회 초청 강연서 강조


"역사인식을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문화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 나라가 각각 배타적 민족주의와 대국주의에서 벗어나 호혜적인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정재서(사진) 이화여대 중어중문과 교수는 9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겸 한중우호협회장 주최로 서울 종로구 신문로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초청 강연회에서 "거시적으로 통찰할 때 한중 양국의 호혜적 발전 관계는 필연적인 귀결로 현재는 과도기 상황"이라며 한중 관계 개선방안을 이같이 제시했다.

정 교수는 "1990년대 이후 대륙문화에 대한 소개가 활발히 이뤄지고 중국 측도 한류가 유입되면서 두 나라의 문화교류가 본격화됐다"며 "다만 교류 초기 우호적이던 상호인식이 2000년대 중반 이후 균열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 같은 균열의 핵심 계기가 된 사건으로 △중국 측의 동북공정 추진 △한국의 강릉 단오제 유네스코 등록을 꼽았다. 정 교수는 "동북공정은 과거 중국에 대한 한국의 호감을 일시에 악감으로 바꾸어놓은 큰 사건"이라며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킨다는 동북공정의 구상은 한국사의 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발상으로 결국 한국 내에서는 중국 패권주의에 대한 경계심이 강화되고 민족주의적 성향이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중국 측에서는 고유한 명절로 인식하던 단오절을 한국이 유네스코에 먼저 등록해 문화를 침탈당했다고 분노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 사건들이 갈등을 촉진시킨 도화선이었지만 근간에는 민족주의 정서가 충돌하면서 문화갈등이 빚어진 것"이라며 "양국 문화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 피해의식, 문화산업을 둘러싼 경제적 충돌 등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에 "두 나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물질적 성공 이후 팽배해진 천민자본주의 행태를 적극 반성해야 한다"며 "동시에 중국도 주변국과 관련된 역사문화를 다룰 때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양국 학술계와 문화계 간의 교류를 더욱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은 한중우호협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열렸다. 한중우호협회는 매월 두 번째 금요일 오전 중국 전문가 초청 강연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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