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주당 정책위의장 "내년 지방선거후 개헌 논의를"

[與野 정책위의장에 듣는 정국운영 전략·현안별 입장]
與 이번 국회서 정치쟁점법안 제출 자제해야
예산 1조원 정도면 4대강 사업 반대 안해
'뉴타운' 결국 부자들 재산 증식 수단 전락


박지원(사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1일 "민주당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예산을 약 1조원 정도로 해 연차적으로 진행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과거 10년간 4대강 수질이 몰라보게 개선됐는데 비용이 4,000억~5,000억원 정도였던 만큼 1조원 정도면 적당하지 않느냐"며 이같이 강조했다. 박 의장은 다만 "이명박 대통령이 청계천처럼 금방 눈에 보이는 사업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잘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모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다 줄여가며 추진하면 국민의 저항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또 "수자원공사에서 8조원을 끌어다 쓰겠다고 하는데 앞으로 공기업에서 예산 전부를 가져다 쓸 것으로 본다"며 "공기업 차입을 통해 예산을 편성하면 그 모두 국민 부담이고 국가 부채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의장은 이어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한나라당이 국가 채무와 재정 적자를 두고 얼마나 많은 공격을 했나"라고 상기시킨 뒤 "공기업이 방만한 경영을 쇄신하려는 마당에 그런 식으로 (4대강 사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박 의장은 최근 이 대통령과 김형오 국회의장,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이 잇따라 언급한 개헌에 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개헌은 필요하다"면서도 "내년 지방선거 후에 특위를 구성해서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현 정부가 모든 사안을 정치논리로 보고 있어 이마저도 어렵지 않겠냐"며 "개헌안을 날치기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0월 재보선가 있고 국정감사 및 새해 예산안 처리 등의 정치 일정상 물리적으로 (올해는)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다. 9월 정기국회 전략에 대해 박 의장은 "정부ㆍ여당이 당장의 이익을 위해 눈앞에 보이는 것만 좇으려 해서는 안 된다"며 "그런 차원에서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에게 제발 이번 국회에서는 정치적 쟁점이 되는 법안 제출을 자제해달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박 의장은 무엇보다 "민생문제가 중요하다"며 "야당으로서 '무엇이 안 된다'며 반대만하기보다 '무엇이 된다'는 긍정적 사고를 바탕으로 대화와 협상을 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장은 "상황에 따라 감동 있는 양보를 하겠지만 기본적인 문제, 즉 민주주의ㆍ서민경제ㆍ남북관계의 3대 위기의 경우 어떠한 경우에도 타협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겠다"고 못박았다. 이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출구전략 마련에 대해 박 의장은 "정부가 국제 금융위기라는 어떤 의미에서는 호재가 될 수 있는 점을 활용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정부가 경제를 정치 논리에 의해 풀어가고 있는데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과거 김대중 정부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극복 사례를 설명한 박 의장은 "김 전 대통령은 최대 국난을 재벌 구조조정 등 4대 개혁을 통해 헤쳐나갔다"며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함을 간접적으로 주문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정체성 논란과 원내 역할에 대한 질문에 박 의장은 자신에 차면서도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당내에서 일고 있는 이념 설정 논란의 경우 "민주당은 중도개혁 노선을 지향하며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당"이라면서 "이념적 스펙트럼이 다소 넓어진 면이 있지만 토론 자체는 건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슈 선점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그는 "아무래도 정부ㆍ여당이 화두를 선점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 대통령이 제시하고 있는 중도실용과 친서민 정책은 허구성 때문에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 의장은 "야당은 존재감을 확인시키고 대안을 제시해야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며 "우리가 정책을 내도 언론에 현실적으로 반영이 잘 안 된다. 한나라당도 야당 시절 그런 하소연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부동산 정책을 예로 들며 현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의장은 "뉴타운 정책이 진행되고 있는데 결국에는 부자들의 재산증식을 위한 정책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지금 정부의 주택정책은 박정희 대통령 때 판잣집 대책보다도 못한 것"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이어 그는 "지금 전세대란이 일어나고 있는데 곧 주택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등 새 내각을 평가해달라고 하자 박 의장은 "최소한 현 정부 고위 공직자가 되고 하면 위장전입 클럽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고 꼬집은 뒤 "모든 고위 공직자가 비리전문가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 총리 후보자는 대통령과 정반대의 이념과 사고를 가진 분"이라며 "그런 점에서 정 후보자가 총리가 돼서는 '예스총리'보다는 '노'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소신총리'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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