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규모 물갈이인사] 경영악화 위기감에 “인력줄이자”

은행권의 인사태풍은 경기침체와 경영실적 악화, 구조조정 등의 급격한 환경변화로 인한 필연이다. 국민은행이 임원 3명을 경질하고 영업창구에 계약직 직원들을 100% 배치하기로 한 것은 은행권 인력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한지주로의 편입을 앞둔 조흥은행과 외자유치를 추진중인 외환은행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은행들이 `변화`를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행장 중심의 `보스 경영`으로 회귀하고 은행의 비정규직 비율이 더 높아져 고용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윗물부터 바꾼다= 임기중인 경영진 교체는 파격이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지난 1일 병상에서 복귀한 직후 `은행내 분란을 조장하는 소수`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뒤이어 보름만에 부행장 3명의 사표를 받아냈다. 은행장의 리더십을 강화해 자칫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도 있는 `통합 국민은행의 불협화음` 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포석이다. 신한지주사 편입을 앞두고 있는 조흥은행도 경영진의 물갈이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미 신한지주측은 `신한지주와 조흥은행의 임원 교류`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신한지주사의 임원 2~3명을 조흥은행의 부행장급으로 선임하고 조흥측의 부행장을 지주사의 상무급으로 교환하는 방식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앞서 누가 조흥은행장으로 선임되느냐가 앞으로의 인사폭과 신한지주의 `조흥은행 관리 전략`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든 조흥은행은 8월 임시주총을 전후해 내부적으로 엄청난 `인적 개혁`을 치러내야할 형편이다. 이밖에 외환은행은 론스타와 진행중인 지분매각 협상에 따라 한 차례 큰 변화를 맞게될 가능성이 높고, 외국인 대주주들의 손에 매각이나 합병이 달려 있는 한미ㆍ제일은행 역시 폭풍전야를 맞고 있는 셈이다. ◇경영악화가 고용조정 부추겨= 은행들의 위기감이 대단하다. SK글로벌 등 대형사고가 터졌을 뿐 아니라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부문의 부실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기 때문. 국민은행이 창구직원을 계약직으로 배치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나 외환은행이 명예퇴직을 접수받는 것, 우리은행이 본부직원을 축소해 영업점으로 전진배치 하기로 한 것 등은 모두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한 작업들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은행경영여건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어 내부적으로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 된다”며 “조직개편과 인사를 통해 기강을 바로잡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내년까지도 경영환경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사활을 걱정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상황에 처하는 은행도 나올 수 있다”며 “경영진 입장에서는 최악의 가정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계약직 확대 방침에 금융노조가 벌써부터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등 노사 갈등의 소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는 “경영악화의 책임을 직원들에게만 전가하거나 위기상황임을 내세워 `경영 독재`의 행태가 엿보인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