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투자, 아파트에서 토지로 이동

서울지역 경매투자 수요가 아파트에서 토지로 이동하고 있다. 3일 법원경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은 87.6%로 지난해 11월(96.6%)이후 2달 연속 하락했다. 특히 강남권에선 최근 2~3개월간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약세를 나타남에 따라 아파트 낙찰가율이 급락하고 있다. 강남구만 해도 지난해 11월 106%이던 것이 올들어 82%까지 떨어졌고, 서초구도 같은 기간 중 100%에서 85%로 곤두박질 쳤다. 반면 땅의 낙찰가율은 지난 1월중 92.8%를 기록, 작년 11월(74.0%)보다 무려 18.8%포인트나 상승했다. 서울 요지의 땅을 확보하려는 투자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세에 육박하는 값에 낙찰되는 물건이 속출하고 있는 것. 지난달 서울지법 서울지원에서 경매에 부쳐진 마포구 대흥동73-15의 대지는 감정가 보다 242.6%나 높은 1억433만원에 낙찰됐다. 또 강남구 논현동2-8과 영등포구 영등포동1가101의 대지도 100.4~106.5%의 낙찰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주택시장의 장기침체로 아파트 값이 약세를 이어감에 따라 비교적 가격하락 우려가 적은 서울 지역 토지로 주요 투자대상이 옮겨가고 있기 때문. 강명관 지지옥션 이사는 “최근 경매된 아파트 대부분은 가격하락 이전 시점인 3~6개월전에 감정평가를 받아 감정가 수준에서 낙찰을 받으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며 “반면 대지는 택지부족으로 가격하락 가능성이 적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1회차 낙찰률도 등락 엇갈려 = 1회차 경매 낙찰률의 등락도 엇갈리고 있다. 대지는 첫 회 경매 낙찰률이 지난해 12월에 23.0%이던 것이 올 들어선 37.5%까지 뛰었다. 입찰경쟁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투자비용을 좀 더 들이더라도 비교적 경쟁이 덜 치열한 1회차 입찰에서 물건을 확보하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 이에 반해 올 1월중 아파트의 1회차 낙찰률은 7.9%에 그쳐 전달(19.7%)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내렸다. 법원경매정보업체 알닥의 구정호 팀장은 “시중의 아파트 값이 하락세를 이어감에 따라 경매투자자들도 최저경매가격이 감정가의 50%수준까지 내려가는 2~3회차 입찰까지 응찰시기를 미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위험도는 커져 = 낙찰대상이 되는 토지는 주로 강북권 재개발추진지역이나 강남권의 다세대ㆍ다가구 밀집지역의 물건이어서 투자위험도는 그만큼 커지고 있다. 재개발추진지역의 경우 정식 재개발구역 지정을 받지 못하거나 조합원간 내부갈등으로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는 경우가 많고 다세대ㆍ다가구주택은 최근 공급과잉으로 투자가치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매 참여 전에는 단순한 시세정보뿐 해당 지역의 재개발추진현황이나 전ㆍ월세용 원룸주택 수급현황 등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는 게 부동산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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