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디자인 시대

지난 20세기의 흐름을 경제와 과학기술의 대대적인 혁신과 보급으로 요약할 수 있다면 21세기는 디자인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초고속 정보화와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하는 문화적 변화가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문화적ㆍ디자인적인 가치가 매우 중요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1차 농경시대가 생존경쟁의 시대였다면, 제2차 산업시대는 원가경쟁과 품질경쟁의 시대였고 제3차 정보 시대는 서비스 마케팅과 시간경쟁의 시대였다. 그리고 21세기와 함께 열린 제4차 3D (Digital, DNA, Design)시대가 열렸다. 문화, 가치, 브랜드, 디자인, 이미지의 경쟁시대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21세기의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은 문화적 부가가치력을 지닌 지식기반 산업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 '디자인이 경쟁력'이라는 말은 이미 우리 귀에 익숙해져 있다. 그렇다면 과연 경쟁력 있는 21세기 디자인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하고 싶다. 세계적인 상품디자인은 지역적 특성에 맞춘 것이 아닌 글로벌하면서도 독자적인 디자인으로 세계시장에서 모든 소비자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제는 한국 기업들 역시 산업디자인 진흥 단계를 뛰어 넘는 디자인 산업으로의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디자인의 기능이란 '완성 단계의 제품 포장'정도라는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 '디자인 제품이란 문화를 판매하는 것'이라는 포괄적이며 적극적인 생각을 과감하게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불과 십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 디자인시장은 선진국의 디자인 패턴을 그대로 들여와 비슷한 제품을 내놓음으로써 그런대로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시장은 더욱 좁혀지는 반면 상품 디자인의 라이프 사이클은 점점 짧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디자인 방식은 시간적 여유를 지닐 수 없게 되었다. 즉 누군가가 창조한 디자인을 들여와서 모방한 제품들은 개발 및 생산과정에서 이미 유행이 지나가 그 가치가 떨어지게 된 것이다. 한국의 디자인이 발전을 하고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이제 디자인의 중요성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디자인을 개발해 낼 수 있는가'라는 선행조건을 구체적으로 찾아야만 한다. 따라서 엄청난 규모의 세계시장 속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첫째, 막연하게 트렌드를 뒤쫓아 가기 보다는 경험을 통해 명확한 판단력과 논리적 표현을 바탕으로 디자인 방향을 창조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디자인 전문가가 배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인 디자이너들에게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와 세계적 트렌드를 느낄 수 있는 시청각 교육, 새로운 디자인 툴과 프로세스의 훈련 기회가 우선적으로 주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디자이너의 디자인 프로세스는 철저히 마케팅 프로세스와 함께 운영되어야 한다. 디자이너들은 선천적 창조적인 재능과 더불어 보다 정확한 경쟁업계의 현황, 세계시장의 기업별 점유율, 각 지역별 소비자들의 취향은 물론 생산기술의 추세, 사용자의 사용방식, 유통채널, 가격 조사 등 생산에서 시장에 이르는 상품에 관련된 모든 과학적 접근을 이해해야만 할 것이다. 즉 시장에 대한 예측능력을 훈련해야만 하는 것이다. 셋째는 디자인 전략을 확정한 후 기업은 그 기업 이미지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디자인의 차별화를 추구해 나아가야 한다. 넷째 기업과 정부의 장기적인 디자인 정책이나 전문가 위주의 디자인 행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창조에 대한 젊은 디자이너들의 의욕을 지원해주는 체계적인 뒷받침이 없다면 무형의 가치를 유형화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의미에서 '경쟁력 있는 디자인'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이를 가시화할 수 있는 디자이너의 각론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우리가 꿈꾸던 미래의 모습은 이미 구체화하기 시작되었다. 창의적인 디자인 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으로 문화적 부가가치를 창출해 나갈 때 진정한 21세기형 국가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서정미<삼성패션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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