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디플레이션의 타격이 수 백만 명에 이르는 일본의 연금 생활자에까지 미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 정부가 3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일본의 물가 현실을 반영, 연금 지급액을 삭감키로 했다고 8일 보도했다. 이처럼 물가에 따라 연금 지급액이 조정된 것은 지난 73년 물가지수가 도입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조치는 일본의 고령화로 인해 연금 수령자는 늘고 있는 반면 세금을 납부하는 노동 인력은 감소, 연금 재정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 따른 것.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정이 연금 지급액을 고정시키기로 한 당초의 약속을 어긴 것이라는 반발과 함께 소비심리 위축 가속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 동안 일본의 연금 생활자들은 최근 몇 년간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실질적인 구매력은 증대되는 수혜를 누려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7일 연금 지급과 물가를 연동시키겠다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한 가구 당 받게 되는 월 평균 수령액은 0.9%(2,140엔) 감소한 23만5,980엔으로 조정된다.
니코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이코노미스트 제프리 영은 “이번 조치로 일본 국민들이 디플레이션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될 것”이라며 “물가가 떨어지면 자신들의 수입도 줄어든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실히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정책 결정에 대해 더 이상의 연금 재정 악화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전했다. 일본의 연금 재정은 지난해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 적자 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JP모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사키 칸노는 “일본 정부의 연금 펀드 적자규모는 지난해 8,000억엔에서 올 회계연도에는 3조 3,000억엔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 노동자들의 임금 역시 줄어 들었다”며 “현재 지급되고 있는 연금이 그들의 봉급에서 나오고 있는 만큼 연금 지급액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재정 상황은 계속 악화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