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강화…중고층 재건축 '먹구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이어 송파구잠실 주공5단지도 지난 7일 예비안전진단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서울시내 중층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14일 부동산 전문가들은 잠실주공5단지가 유지.보수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 정부의 정책기조상 `예상했던 결과'라면서, 향후 다른 중고층 단지도 안전진단 통과가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징성 있는 단지는 `안돼'= 대치동 은마와 잠실 주공5단지가 재건축의 첫 단추인 예비안전진단 단계에서 발목이 잡힌 것은 각각 4천424가구와 3천930가구에 이르는 대단지이면서 강남권의 대표적인 중고층 재건축 단지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잠실 주공5단지는 상업용지 용도변경과 제2롯데월드 등의 호재로 연초대비 평균2억원 정도 올라 36평형은 현재 실거래가가 14억원에 달한다. 대치 은마도 최고의학원시설과 용적률 상향 움직임 등을 틈타 34평형이 최근 10억원을 돌파했다. 이 때문에 재건축이 되면 해당 단지는 물론 주변 아파트값까지 크게 뛸 것을 우려한 지자체 등이 안전진단을 쉽게 통과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강남구가 2004년 12월 세번째 예비안전진단 평가를 했지만아직까지 결론을 유보한 상태다. 같은 중층 아파트이지만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송파구 송파동 반도(750가구)와 풍납동 우성(495가구) 등이 최근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심의 당시 노후도도 고려됐겠지만 예비안전진단 통과로재건축에 대한 빌미를 줘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정부와 지자체, 심의위원간에 두루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잠실5단지 결과는 지난달 2일 건설교통부의 안전진단 강화방침 이후나온 것이어서 정부의 정책 방향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잠실 주공5단지는 `제2의 은마'나 다름없다"며 "두 아파트 모두 안전진단 통과는 물론 특혜소지가 있어 주민들이 희망하는 상업용지로의 용도 변경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더 힘들 듯= 앞으로 강남권 중층 아파트의 안전진단 통과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건교부는 현재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를 강화하는 내용을 8.31후속대책에 담아이달말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예비안전진단 단계부터 개입하거나 지자체가 예비안전진단에서 정밀안전진단 판정을 내리더라도 중앙정부가 검증을 거쳐 불가 판정을 내리는 등의 방안이 종합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쪽이든 재건축의 첫 관문부터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안전진단 허용을 남발해 지나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없도록 안전진단의 절차를 합리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 대단지의 인기 아파트도 안전진단 통과가 힘들 전망이다.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안전진단부터 막히면 일부 매물이 나오며 오름세가 잠시 주춤할 것"이라며 "하지만 정권에 따라 재건축 정책도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과 공급 부족 우려 때문에 가격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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