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간섭 지나치다(사설)

국내 자동차업계가 내우외환으로 시달리고 있다. 경기불황에 따른 내수부진이 그렇고, 이에따른 기아그룹의 침몰은 자동차산업 전반에 걸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EU(유럽연합)가 국내자동차 시장에 대해 개방확대 압력을 가해오고 있는 참이다. 엎친데 덮친격이다. 미·EU의 개방확대 압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압력의 강도가 통상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지난주 앤드루 카드 미자동차공업협회 회장과 카밀 블럼 유럽자동차제조자협회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우리 정부와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의 자동차 시장 개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게 미국과 EU의 시각』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들은 시장개방 확대를 정부차원에서 노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에 대한 요청은 외교적인 수사일뿐 실제적으로는 강압적이었다는게 그 뒷 얘기다. 국내사정이 가뜩이나 어려운 판국에 이들의 우리 정부와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에 대한 고압적인 자세는 썩 기분좋은 것이 아니다. 카드 회장은 또 이한직전 우리나라 언론들과의 회견에서 억지를 늘어 놓았다. 『미자동차업계는 지난 95년 자동차와 관련한 한미양해각서 체결후 한국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시장 진입폭을 넓혀 가기 위해 애써왔다. 그런데도 올 상반기 수입차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12%나 감소했다. 이는 한국정부의 소비절약 운동과 자동차에 대한 중과세 등이 영향을 미쳤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슈퍼 301조 동원 여부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쯤되면 으름장이 아닌 공갈 협박이다. 우리나라에 외제 승용차가 공식적으로 수입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7년부터다. 지난해만도 총 1만3천51대가 수입됐다. 나라별로는 1위가 미국(37%), 2위 독일(36%), 3위 스웨덴(18%), 4위 프랑스·일본(3%) 등의 순이다. 외제차의 마케팅셰어는 2%가 안되지만 자동차 시장이 완전 개방되는 오는 99년까지는 4∼5%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시장개방을 위해 구준히 노력해 왔다. 우리정부의 소비절약운동은 특정나라·특정상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아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과소비를 억제하고 근검절약하자는 자구 캠페인이다. 외제 자동차가 덜 팔리는 것은 경기침체 탓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가동률도 80.1%에 불과했다. 자동차 시장의 문은 우리나라보다 오히려 일본이 더 좁다. 지난달 미국산 자동차의 일본에서의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1%나 떨어졌다. 미국정부는 내달 중순께 자동차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강대국의 논리다. 미국은 한국을 다른나라와 똑같이 취급해서는 안된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는 데서도 그렇다. 미국의 요구는 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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