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억불 투자 아르헨·파·중·태 등 대륙별 거점 구축/초국적 기업으로 ‘제2도약’ 꿈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 모터스사(GM)가 최근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세계화전략을 완성, 공략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GM은 사상 최대 규모인 22억달러를 들여 아르헨티나, 폴란드, 중국, 태국 등 4곳에 동일한 형태의 공장을 건설키로 한 것이다. 이른바 「4공장 전략」이라 불리는 이번 프로젝트는 이전의 해외공장 건설과는 성격이 완전 다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GM의 대변신이 시작된 것이다.
GM은 이같은 세계화전략을 통해 단기간에 북미이외지역의 생산량을 전체의 50%까지 늘리겠다는 야심이다. 얼마전까지만해도 GM의 해외생산량은 20%에 머물렀다. GM의 유럽지역 세계화 전략을 책임지고 있는 루이 휴즈는 『우리는 본토의 본부지시에 따라 생산과 영업활동을 해왔던 기존의 다국적 기업(Multinational Corporation)에서 본부와 해외공장의 구별이 없는 초국적기업(Transnational Corporation)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GM의 4공장 전략은 혁신적인 비용절감 효과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태국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에 동일한 공장을 건설, 각 대륙별 현지 생산거점을 구축, 비용절감을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예컨대 태국 공장에서 생산작업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본부의 엔지니어나 전문가를 파견해 해결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인근 상해공장에서 바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것이다.
신설공장은 또 언제든지 생산능력을 확충할 수 있는 유연한 생산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개발도상국의 급증하는 자동차 수요에 맞춰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큰 덩치의 조립부품생산을 과감히 하청업체에 이전함으로써 생산비를 대폭 삭감할 계획이다. 이같은 조립부품의 하청은 미국에선 일자리를 뺏길까 두려워하는 노조의 반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야심찬 세계화전략이 현실화할 경우 GM의 미국본사가 조만간 실질적인 존폐의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일각에서 흘러 나올 정도다.
하지만 최근 GM 해외공장의 위상이 급상승하면서 이같은 세계화전략은 이미 예고되어 왔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공장을 총책임지고 있던 마크 호간이 본사 디트로이트로 불려와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소형차생산 개발을 맡게 된 것은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는 브라질 현지에서 두달마다 신 모델을 출시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결과, 현재 이 지역 매출을 GM전체의 25%로 끌어올렸던 인물. 당시 이같은 인사를 두고 GM이 시장 포화로 인한 판매신장률 부진과 강성 노조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에서 벗어나 개발도상국을 중시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불과 몇년전만 하더라도 미국에서 단종된 한물간 차량을 생산하는 등 개발도상국을 구기술과 구형 모델의 덤핑시장으로 간주했던 기존전략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GM은 남미지역에 대규모 투자와 최신기술을 도입, 생산성 높은 공장을 짓고 있다. 최근엔 브라질내 미국 본토 공장보다 더욱 첨단 시스템을 갖춘 5번째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 GM은 본부와 해외공장을 주종관계가 아닌 수평관계로 구축함으로써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이병관 기자>